IT기업은 부르고 본다?…네이버-카카오, 올해도 국감 순회공연
입력 2021.09.23 06:00
수정 2021.09.17 17:14
전 세계 ‘빅테크 때리기’ 동참?…복수 상임위 무더기 소환
특정 이슈에 무조건 “오너 나와”…반복되는 기업 길들이기
올해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로 또다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떠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의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이들 기업도 정부와 국회의 직접적인 규제 압박 대상이 되고 있다.
다만, 국감의 본질은 국회가 정부의 정책을 효율적으로 감시하고 예산 집행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자리인데 매년 기업 총수를 출석 시켜 ‘기업 감사’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영에 지장을 초래하고 피로도를 높여 혁신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국회 복수의 상임위에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두 사람 외에도 다수의 IT업계 대표가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상임위 별로 살펴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독과점 논란이 지속되는 카카오 저격을 위해 김범수 의장을, 게임 아이템 확률 조작으로 논란이 된 넥슨의 김정주 창업주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무위는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도 줄줄이 소환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와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등이 5세대 이동통신(5G) 품질 문제로 인한 불공정 약관 등을 이유로 출석 대상이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김 의장과 이 GIO 등의 국감 증인 소환을 예고했다. 카카오는 주 52시간 근로제 위반, 네이버는 직원의 극단적 선택을 촉발한 직장 내 괴롭힘이 신청 이유다.
이 밖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도 두 플랫폼 기업과 이통 3사 CEO 소환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매년 총수나 대표의 국감 증인채택은 제조·유통업체들에 집중돼왔다. 산업재해와 밀접한 이들 기업은 대표적인 국감의 단골 호통 대상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IT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산업이 재편되면서 국회의 타깃 업종도 바뀌는 모양새다.
다만, 여러 상임위에서 문제의 본질인 독과점 외에도 동시다발적으로 IT기업 소환에 앞다퉈 나서기 시작하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지적인 이슈임에도 기업 오너를 불러 망신 주고 길들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표나 임원급 출석으로 총수가 직접 국감장에 불려 나가는 것만은 막자는 분위기다. 실제 수년 동안 국정감사에 여러 총수가 증인 명단에 올랐지만 최종 재택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업들도 잘못이 있다면 그에 대한 지적을 달게 받고 개선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매년 총수를 불러 호통을 친다고 해서 그 문제가 개선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치권에서 기업 길들이기를 위해 무작위로 소환하는 관행이 반복돼 피로도가 높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대적할 빅테크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외치지만, 특별한 지원책보다는 규제 입법을 남발하지 않고 올해처럼 국감장에 무더기로 소환하지 않는 게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