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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성 상품화·신성모독·이미지 타격'…넷플릭스 사전에 없는 상영금지 허용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9.14 13:21
수정 2021.09.14 13:24

세븐코리아 측 "법적조치 검토 중"

"'큐티스' 우수한 작품" 사과 거부


미디어의 표현의 자유와 허용 범위를 두고 갈등하는 사례가 국내에서 빈번하고 일어나고 있다. 창작과 예술 안에서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사실 왜곡, 혐오, 명예 훼손 등 부정적인 이슈를 야기하는 표현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매번 팽팽하게 맞선다. 성적 소비, 역사 왜곡 등이 치명적인 이슈에는 작품들의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이같은 이슈가 이번에는 잘 나가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D,P'에 제동을 걸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코리아 세븐이 드라마 'D.P.' 속 내용에서 자사 편의점주가 불법 행위를 종용하는 모습으로 묘사된 점에 대해 드라마 제작사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넷플릭스에게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본사는 촬영 협조 요청을 받을 시, 부정적인 장면이 들어가면 아예 장소 제공을 하지 않고 있다. 당초 해당 드라마 제작사 측에선 아르바이트생이 상품을 진열하는 모습만 찍을 것이라고 해서 협조 요청을 받아드린 것이다. 그런데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던 내용이 반영돼 당혹스러웠다"면서 넷플릭스와 제작사에 수정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상태며 방송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코리아 세븐 측은 당초 협의와 달리 부정적 내용이 찍혀 브랜드와 점주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그도 그럴게 앞서 'D.P'는 군무 이탈 체포조가 탈영병을 잡아들이는 과정에서 군대 내 각종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국방부가 진땀을 뺐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일과 이후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악성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 환경으로 현재 바뀌어가고 있다"고 공식 입장까지 내놔야했다.


전세계 190여개국에서 공개되는 넷플릭스는 선보인 오리지널 작품 중 '365', '큐티스', '예수의 첫 번째 유혹'이 상영금지 요청을 받아 논쟁의 대상이 된 사례가 있다.


'365'는 인신 매매로 자신을 유괴한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는 스톡홀름 증후군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영국 가수 더피는 자신이 과거 성폭행을 당했고 의지와 상관없이 약물 등을 투여 받으며 감금 당해 5년간 활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어다고 밝히며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에게 상영 금지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더피는 서한을 통해 "인신매매 피해자의 숫자는 영국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고, 80% 이상이 여성이며, 그 중 50%가 미성년자다. '365일'은 이러한 성적인 폭력과 성매매를 섹시하고 에로틱한 영화로 왜곡시킨다"고 지적했다.


'큐티스'는 10세 미만 아이들을 성적 상품화 했다는 이유로 미국 내 정치권에서 비난을 받았다. 영화는 11세의 세네갈 이민 소녀 에이미가 파리 교외 빈민가에 있는 엄격한 무슬림 가정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수위 높은 성적 대화를 나누고 선정적인 댄스를 추는 장면으로 논쟁의 대상이 됐다. 미국 상원의원 테드 쿠르스를 비롯한 여러 의원들은 10세 미만 여아들의 보호를 표방하고 성착취를 비판하면서 어린 배역들을 성적 상품화하고 있다면서 상영금지를 요구했다. 또한 넷플릭스와 경영진, 큐티스 연출진이 아동 성 착취를 금지한 연방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예술의 첫 번째 유혹'은 예수를 동성애자, 대마초를 즐겨하는 약쟁이라고 묘사해 브라질 내 카톨릭 단체와 시민단체가 넷플릭스와 제작사를 상대로 민사소송과 방영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브라질은 전 세계 카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국가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영화 개봉 후 트위터에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믿지만, 국민 86%의 믿음을 공격할 가치가 있을까?"라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브라질 법원은 신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카톨릭 단체의 소송에 넷플릭스 콘텐츠를 방영하지 못하도록 판결을 내렸지만 넷플릭스가 항소해 사법부의 자의적인 검열 행위라며 상소해 판결 상영 허용을 받아냈다.


정부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나서 지적에 가세해도 넷플릭스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강요하고 예술작품 생산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큐티스'의 경우 "어린 소녀들이 소셜 미디어와 현대 사회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압박을 묘사한 우수작이다.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거센 기세에 꺾이거나 비판 수용을 받아들이는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노선이다.


영역을 막론하고 예술과 문화의 범주 안에 있는 작품들은 현실이 아닌 허구라는 설정 안에서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단순한 언어나 영상이 아닌 정서를 통해 퍼져나가는 작품들이 사람들에게 직, 간접적인 영향력을 주면서 작품을 만들 때 신중을 가할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검열을 요구하고 있다. 많은 작품이 현재 입에 오르는 논란이 당장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것 같지만 거시적으로 외부적인 요인과 표현의 자유의 조화, 발전을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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