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야 살아남는다…‘숏폼’으로 가는 공연계
입력 2021.09.09 15:03
수정 2021.09.09 12:24
"관객들 호불호 극명...타깃층 분명히 해야"
MZ세대를 겨냥한 ‘숏폼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공연계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초 공연계에서 숏폼 콘텐츠를 활용한 건,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을 통해서였지만 최근엔 오프라인 공연에까지 스며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등장한 ‘숏폼 공연’은 EMK뮤지컬컴퍼니의 자회사 EMK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웹뮤지컬(웹과 뮤지컬의 합성어로 웹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뮤지컬을 의미)이다. 양준모, 신영숙, 알리, 김종구, 리사, 함연지, 에녹, 김소향, 조형균, 배두훈, 손준호 등 뮤지컬 스타들이 총출동한 ‘킬러파티’는 뮤지컬의 외연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공연영상화 사업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예술의전당이 론칭한 ‘플레이 클립스’(PLAY CLIPS) 서비스도 한 편의 연극을 5~6분 내외 여러 개의 비디오 클립으로 제작한 숏폼 콘텐츠다. 연극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을 지난달부터 유튜브를 통해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고, 테네시 윌리엄스의 단막극 등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다. 이밖에도 서울시극단의 웹연극 ‘시그널’ 등 다양한 숏폼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공연계가 코로나 사태 이후 공연실황 녹화 중계, 온라인 생중계, 유료 콘텐츠를 넘어 숏폼 콘텐츠 도전에 나선 것이다. 초기엔 주로 온라인을 통해 숏폼 콘텐츠가 만들어졌다면, 최근엔 오프라인 공연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서울시극단의 ‘천만 개의 도시’가 그 시작이다. ‘천만 개의 도시’는 도시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일상을, 러닝타임 165분 동안 숏폼 형태의 총 47개의 장면에 담아냈다.
하나의 무대에서 암전 없이 47개의 장면을 표현해내는 역할을 하는 건, 조명과 음악이 전부다. 대형LED 패널을 설치해 조명과 영상으로 공간을 표현, 분위기와 감성을 효과적으로 장면마다 반전시킨다. 또 공연 전반에 현실을 구현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설계된 음악을 채워 넣었다. 쉼 없이 이어지는 음악적 효과는 공간의 느낌을 한층 더 실감나게 구현하면서, 관객들에게 실제의 장소에 있는 것과 같은 현실감을 더해준다.
한 공연 관계자는 “기존의 숏폼 콘텐츠와는 조금 다른 지점이 있다”면서 “기존 관객들은 서사가 있는 형태의 공연을 즐기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르다. 무의미한 동작의 릴스와 같은 콘텐츠에 흥미를 느끼는 세대가 나타난 것이다. 다만 숏폼 연극은 릴스와 달리 말하고 싶은 건 있다. 말하고 싶은 이야기에 릴스의 형태를 활용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공연계에 숏폼 콘텐츠가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꾸준히 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관계자는 “미래 관객, 즉 현재 10대 등 젊은 층에서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숏폼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을 것으로 본다. 공연계 역시 그 수요에 맞게 숏폼 콘텐츠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런 콘텐츠에 대한 호불호는 공연계가 넘어야할 과제다. 이 관계자는 “현재 공연에서도 관객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뉜다. 향후 제작될 숏폼 콘텐츠의 경우도 기존 관객들과 미래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타깃층을 확실하게 구별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 포맷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