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법조계도 '술렁'…공수처 직접수사 할까
입력 2021.09.07 05:08
수정 2021.09.07 13:26
대검, 진상조사 잰걸음…손준성 사무실 컴퓨터 확보, 고발장 작성 여부 조사
박범계 "법리적 검토 마쳐…법무부·대검 합동감찰 등 추가조치 고려"
공수처, 윤석열·한동훈·손준성 고발장 접수…"정치적 상황 고려없이 원칙 수사"
윤석열·손준성, 혐의 전면 부인…"여권의 프레임, 근거없는 의혹 제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야당 의원에게 여권 정치인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정치권에 이어 법조계도 술렁거리고 있다.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윤 전 총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앞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는 지난 2일 손 검사가 지난해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였던 김웅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에 관한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문제의 고발장은 총 20페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고발인은 공란이고 수신처는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으로 돼 있다. 피고발인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 뉴스타파 기자와 PD, MBC 기자 5명, 성명불상자 1명 등 총 1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장에 적시된 피고발인들의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이다. 유 이사장 등이 지난해 3월 검언유착 보도를 주도해 윤 전 총장 등을 명예훼손 했다는 등 내용이 실려 있다. 다만 실제로 고발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의혹 보도 당일 김오수 검찰총장의 지시로 진상조사에 착수한 대검찰청은 손 검사가 사용했던 대검 사무실 컴퓨터들을 확보해 손 검사가 실제로 해당 고발장 작성 등에 관여했는지 등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전송된 이미지 속에 검사나 판사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실명 판결문이 포함된 것을 고려해 사건 당시 판결문 검색·열람 여부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검 감찰부는 손 검사와 김 의원 사이에 텔레그램 메시지와 이미지 파일 전송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손 검사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열람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장관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관련 질문을 받자 "진행경과에 따라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 등 추가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법무부는 기초적인 사실 확인을 진행하면서 공익신고 여부와 이번 사건이 가정적 전제 하에 어떤 죄목으로 의율될 수 있을지 여부, 이에 따른 수사 주체 등 법리적인 사항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명예가 걸린 중대한 사건으로 무엇보다 신속하고 엄정한 진상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수사에 나설지도 관건이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총장, 한동훈 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손 검사, 권모 전 대검 대변인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한메 사세행 대표는 "피고발인들은 윤 전 총장 등이 관계된 사건의 고발을 공모해 야당에 사주하는 등 사적 보복과 여당 총선 패배라는 불순한 목적의 수사를 유도하는데 자신들의 직무권한을 함부로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는 "고발이 접수될 경우,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수처는 8일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등 윤 전 총장 관련 수사에 속도를 가하고 있어 '고발 사주 의혹'도 직접 수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편 고발장 최초 전달자로 의심받는 손 검사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으며, 윤 전 총장도 여권의 공작설로 맞섰다. 윤 전 총장은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자 "(여권이) 프레임을 만들어서 하는 것이니 국민들이 보고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 그었다.
또 윤 전 총장 캠프의 윤희석 대변인은 같은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모르는 일을 증명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은 직접 증거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손 검사도 언론에 입장문을 내고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 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하였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말씀 드린다"며 "향후 이와 관련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이로 인한 명예훼손 등 위법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