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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장애 품고 차별 없어야"…메타버스가 넘어야 할 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9.06 14:03
수정 2021.09.06 13:04

위정현 교수 "메타버스 플랫폼 내 관리 감독 필요"

"한숨이 나오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무척 답답하고 저의 존재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으로 느껴졌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제작하는 '당장 만나' 채널에서 시각장애인 현학 씨가 제페토 아바타를 만들고, 가상 현실을 체험한 후기를 전한 말이다. 아바타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화면 해설이 없고, 가상 현실 안에서도 화면 해설이나 촉각을 이용한 버튼이 없었다. 아시아 톤 피부와 날씬한 체형을 원했지만, 손가락이 닿는 대로 만들어 생각과는 다른 아바타가 탄생했다.


ⓒ제페토 구글플레이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메타버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단어다. 1992년 SF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 처음 등장한 용어로, 아바타를 이용해 현실 세계처럼 사회·문화·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세계로, 경제, 문화, 정체, 쇼핑, 소통 등 전 영역에 메타버스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도 메타버스 기술 개발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가상 인간인 로지가 TV에서 광고를 찍고 인스타그램을 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고 블랙핑크는 제페토 내에서 사인회를 열고 4600만 명과 만났다. 데뷔 5주년인 지난 8월 8일에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자신들의 섬 '인 유어 아리아'(InYourArea)를 개장했다. 부천국제영화제는 7월 영화 아카이빙 기관인 한국영상자료원, SKT 이프랜드(ifland)와 만든 메타버스 심야 상영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콘텐츠 제작사들 역시 메타버스 주도권을 선점하고자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 구축 경쟁에 뛰어들었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지난 6월 하남시에 아시아 최대 규모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를 선보였고 시각특수효과(VFX) 영상 전문 업체 자이언트스텝은 상반기에 30억 원을 투자해 지난 6월 LED 월 스튜디오, 모션 캡처 스튜디오 2개의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를 추가로 증설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CJ ENM은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보유한 에픽게임즈와 업무협약을 맺고, 3D 창작 플랫폼 언리얼 엔진 기술을 접목시켜 글로벌 수준의 완성도 높은 실감형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미래 시장 육성 사업에서 메타버스가 새로운 성장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내년 콘텐츠 제작지원 및 공적 기능 연계에 204억 원을 투입한다. 문체부 측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통문화 확산, 한국어 교육 콘텐츠 개발 및 확대 등 한국 문화와 국가 홍보, 공적 서비스 제공 사업도 새롭게 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메타버스가 우리가 즐기는 많은 것에 스며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차별, 혐오, 다양성, 윤리 등의 문제는 기술 성장보다 더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한 AI 챗봇 이루다는 이용자들이 성적으로 접근을 시도하고 개인 정보 유출 등의 논란으로 출시 3주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또 이루다는 이용자와 대화 도중 레즈비언이라는 단어에 대해 혐오스럽다고 답해 소수자 차별과 혐오 발언들을 학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는 AI 윤리 정립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앞서 언급한 제페토 내 장애인을 위한 지원이 없는 것도 차별을 야기한다. 현학 씨는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을 사용한 것 자체가 비장애인에 비해 하나의 장벽이다. (메타버스는) 휴대폰, PC, 태블릿 안에 구현된 세계이기 때문에 하나의 장애가 또 있다. 장애물을 두 개 넘어야 한다. 친화적인 인터페이스가 구현됐으면 좋겠지만 '그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메타버스를 도덕적인 사회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 인간의 잠재적 욕구를 실현하는 공간이다. 인종차별, 장애인 혐오 등 현실보다 더 발산하기 쉬운 공간"이라며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관리 감독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가야 한다. 도덕적인 사회가 아니기에 룰과 규칙을 전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 관련 서비스에 관련해서는 "시각장애인 같은 경우는 메타버스를 온전히 즐길 수 없다. 청각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 지원하든지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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