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1개의 스토리, 10개의 트랙”…넬의 음악으로 본 느림의 미학
입력 2021.09.05 15:18
수정 2021.09.04 22:52
정규 9집 '모멘츠 인 비트윈' 2일 발매
"첫 트랙부터 순서대로 꼭 들어 주길"
“싱글이 대세인 시대잖아요. 하나의 스토리 같은 앨범을 내는 게 쉽진 않았죠.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있는 음반을 내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지난 2일 정규 9집 ‘모멘츠 인 비트윈’(Moments in between)을 발매한 밴드 넬(NELL)은 이번 앨범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음원 시장에서 무려 10곡을 눌러 담아 완성한 이번 9집은 가수로서 하나의 모험이고, 도전이었다. 넬은 이전의 앨범을 ‘옴니버스 영화’로 비유한다면, 이번 앨범은 ‘완성된 한 편의 영화’라고 설명했다.
10개의 트랙은 그 자체로도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이 모든 스토리가 하나로 모였을 때 진짜 이야기가 완성된다. 멤버 김종완은 “앨범을 첫 트랙부터 순서대로 꼭 들어 달라”고 거듭 어필했다. 영화를 볼 때 처음부터 그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처럼, 넬의 앨범 역시 그렇게 들어주길 바라서다.
앨범명에도 이런 의도가 담겨있다. 김종완은 “우리 앨범으로선 처음일 수도 있다. 일련의 과정을 순서대로 시작해 끝까지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만든 앨범니다. 과정, 즉 어떤 하나의 주제로 순간을 담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모멘츠 인 비트윈’이라는 제목을 지었다. 부제 ‘비츠 앤드 피시스’(Bits and pieces)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크래시’(Crash) ‘파랑 주의보’ ‘돈트 세이 유 러브 미’(Don't say you love me) ‘돈트 허리업’(Don't hurry up) ‘듀엣’ ‘말해줘요’ ‘정야’ ‘소버’Sober' 등 총 10개 트랙이 유기적인 관계를 띄며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하는 만큼, 이번 앨범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 역시 가사였다.
“시간의 순서대로 흘러가게 하기 위해 가사와 트랙 배치 순서에 신경을 썼다. 앞뒤로 어떤 곡이 있느냐에 따라 곡의 느낌이 굉장히 많이 바뀐다. 우리한테도 새로운 시도였고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을 듣는 분들은 개별곡보다 전체적인 앨범을 순서대로 들은 뒤의 즐거움과 기쁨이 크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두 개다. 하나는 ‘유희’로, 프로그래밍 사운드와 리얼 악기의 밸런스가 돋보이는 트랙이다. 팝과 록을 절묘하게 넘나드는 넬의 매력이 인상적인 곡이다. 또 하나의 타이틀곡은 ‘위로’로 6분이 넘는 긴 노래다. 몽환적 보컬과 따뜻한 밴드 사운드가 돋보인다. 김종완은 “앨범을 만들면서 항상 타이틀곡 외의 곡들을 많이 듣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쏟아 부은 에너지는 결코 덜하지 않기 때문에 두 곡을 타이틀로 정했다”고 밝혔다.
긴 호흡의 음악은 물론 사운드적으로도 변화를 줬다. 김종완은 “이번 앨범을 하나의 사운드로 정리할 순 없지만, 여백이 많이 느껴지는 사운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에 리얼로 연주되는 악기들로 밀도 있는 사운드를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필요 없는 소리는 과감히 배제하고자 했다. 여백이 많아 리버브 등 공간의 소리가 더 많이 느껴지는 것 같다. 중간에 밀도감 높은 사운드도 물론 담겼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넬의 앨범에 예술적으로 감정을 녹여내는 독보적인 밴드다. 스스로의 만족으로 완성된 음악은, 예술성은 물론 대중성까지도 잡아내고 있다. 특히 후배 가수들이 넬의 명곡들을 꾸준히 커버하면서 10~20대 리스너들에게도 재발견되고 있다.
“힘들기도 하지만, 결과물을 보면 어떤 것도 견주기 힘들 정도의 만족감을 주는 것이 음악이다. 저희 스스로가 음악을 대하는데 설레고, 예전보다 더 열정이 많다. 그런 것들이 대중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다. 입버릇처럼 ‘내 노래가 5년, 10년 후에도 좋은 노래였음 좋겠다’고 말하곤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이뤄진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좋은 음악엔 세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