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궁금해②] 평생직장 사라진 시대…직장인 콘텐츠의 의미
입력 2021.09.01 14:01
수정 2021.09.01 13:07
“MZ세대, 내 삶에 일과 직장생활 포함”
“콘텐츠는 자신을 규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
테마파크의 공연 기획자부터 주류회사 영업팀장, 패션 MD, 독일 대성당의 음악 감독까지. 내가 잘 알고 있거나, 혹은 전혀 몰랐던 무궁무진한 직장인의 세계가 매주 펼쳐진다.
ⓒtvN
현재 MBC ‘아무튼 출근’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직장인들의 밥벌이 생활을 들여다보고, 그들과 심층 토크를 나누는 예능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TV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창구는 많다. 유튜브 브이로그부터 SNS, 블로그까지. 다수의 직장인들이 직장 내 업무 이야기, 혹은 생활 방식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튜브와 포털 사이트, SNS에 ‘직장인’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업무 소개부터, 장점과 고충, 심지어는 점심 메뉴까지. 다양한 정보가 담긴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직장인 콘텐츠’가 유행 중인 이유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데 거리낌이 없는 젊은 층의 특성이 만든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직장 이야기도 타인과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예전보다는 개방적인 젊은 세대 문화 반영된 것이다. 과거에는 위계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보니 직장에 대해 쉽게 노출하거나 밖으로 드러내기가 쉽지 않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직장에서 하는 일을 공개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젊은 층은) 생활과 일상 경험들을 남들하고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 것이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고, 또 공감을 일으키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승대 영남대학교 명예교수는 “과거에는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도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면, 지금은 아니다. 또 지금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도 잘 마련이 돼 있다.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나 생활하고 있는 걸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젊은 층에게 있고, 이것이 유튜브나 SNS 등 다양한 통로로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꾸준히 근무하는 ‘평생직장’ 개념이 희미해진 사회적 분위기도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최근 취업하자마자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을 일컫는 ‘퇴준생’(퇴사+취업준비생)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실제로 최근 구직·구인 플랫폼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직장인 147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37.5%가 ‘취업하자마자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취업정보사이트 캐치가 재직 경험이 있는 재직중/퇴사 직장인 1467명을 대상으로 이직을 주제로 설문 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76.5%가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직’에 대한 생각이 직장인들 사이에 팽배해지면서 내 직장이 아닌, 타인의 밥벌이 세계를 궁금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 것이다.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김공숙 교수는 “‘N잡러’(여러 개의 직장을 가진 사람)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 한 직업을 평생 하겠다 또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들이 많이 희미해진 상황이다. 따라서 타 직업에 대해 관심 기울이게 되고, 타인의 직장 생활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한다. 위로와 공감을 얻으며 내 직장생활에 조금 힘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직장 콘텐츠는 이직 혹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가 남긴 콘텐츠는 그 자체로 자신의 커리어를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포트폴리오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송혜윤 연구원은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일과 직장생활에 자신의 삶이 끌려 다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일과 직장생활을 포함시킨다”며 “직장생활 이야기를 콘텐츠화 한다는 건 결국 자신의 이야기, 자기 브랜딩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지금은 어떤 점에서 보면 직장을 잘 옮기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이 됐다. 다만 옮기려면 남과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게 스킬일 수도 있고, 학력일 수도 있는데, 지금은 콘텐츠가 중요한 요소”라며 “‘부캐’라는 말이 유행 중이지 않나. 개인이 가진 본래 특성보다는 어떤 콘텐츠를 만드느냐에 따라 나를 또 다르게 규정을 할 수가 있다. 이제 콘텐츠는 자신을 규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됐고, 그만큼 콘텐츠의 비중도 커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