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이라야 사람" 말했는데…이재명 측이 발끈?
입력 2021.08.25 12:29
수정 2021.08.25 12:29
李 고향 안동 지역구 김형동 발언에
초등 동창회 등 나서 반박·비판집회
"기본 안된 사람은 근본 없다" 하자
"형수 욕했다고 욕보이는게 타당?"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고향 경북 안동·예천을 지역구로 하는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이 지사와 관계된 단체들이 항의행사를 연다. 김 의원이 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이재명 측에서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지 대구·경북(TK) 지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캠프 경북본부 관계자는 25일 "최근 안동·예천 지역구의 김형동 의원이 이재명 지사를 격하하고 비난하는 발언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며 "악의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를 좌시할 수 없기에 본 캠프와 안동시민들이 이를 반박하는 행사를 김 의원 사무실 앞에서 갖고자 한다"고 전했다.
반박의 대상이 되는 발언은 이 지사의 새로운 비리나 의혹을 제기한 게 아니라, 그간 논란이 됐던 '인격'과 관련한 부분이다.
앞서 김형동 의원은 지난 17일 SNS를 통해 "우리 고향 안동에서는 어른들이 '기본'이 안된 사람을 '근본이 없는 자'라고 야단치고, 매사 '기본'부터 갖추라고 가르쳤다"며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이라야 사람이지'라는 가르침이 회자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입에 담기도 민망한 '형수 욕설'과 그런 욕설을 두둔한 황교익 씨를 채용 기준까지 바꿔가며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앉히려 한 것은 '무인격'의 소치"라며 "이재명 지사는 마치 본인이 나라를 짊어질만한 재목인 것으로 착각하는 듯 하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 지사의 고향인 안동시 예안면의 삼계초등학교(현 월곡초등학교 삼계분교) 총동창회와 제6회·제14회·제19회 동기회 등은 이날 김형동 의원의 안동 지역구 사무소 앞에서 비판 집회를 여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 지사가 바로 삼계초를 나왔다.
비판 집회에서 이들은 "우리 고향 안동은 예안즉퇴계이황지향(禮安卽退溪李滉之鄕)으로 불리던 곳으로 퇴계 선생의 높은 학문과 정신을 이어받은 수많은 현인과 독립지사를 배출한 곳"이라며 "선조들이 행한 인격 수양의 중심에 바로 선비정신이 있었고, 그 심오하고 고결한 정신은 자자손손 대대로 혈관에 스며들어 오늘날의 안동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머니에게 해를 가한 형제 형수에게 욕했다는 이유로 남의 아픈 가정사를 들춰내며 욕보이는 것이 과연 인격적으로 타당한 일이냐"며 "지역의 민심을 대변하는 중차대한 과업을 짊어진 지역 국회의원은 그 누구보다 신중하고도 깊은 혜량을 가져야 함이 당연지사"라고 발언을 삼갈 것을 요구했다.
안동은 경북의 중심에 위치해 있지만 그간 선거 표심에 있어서는 보수정당 일변도라고는 볼 수 없는 복잡한 모습을 보였다. 정당보다도 후보가 과연 인격이 되는 인물인지를 중시했다는 분석이다.
1996년 15대 총선 때는 집권 보수정당인 신한국당 후보가 모두 낙선하고 민주당 권오을 후보와 무소속 권정달 후보가 각각 안동 갑·을에서 당선됐다. 2008년 18대 총선 때도 무소속 김광림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안동시 예안면 출신인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나서면서 안동과 TK 표심의 향배가 어디를 향할지 주목됐는데, 이번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의 발언과 이에 반박하는 비판집회 등이 표심을 판단하는 풍향계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지역 정치권에서는 김형동 의원이 "기본이 안된 사람은 근본이 없는 자"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이라야 사람이지"라는 인격과 관련한 일반론을 펼쳤는데, 이재명 지사 측에서 비판집회까지 여는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듯한 분위기다.
김형동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안동의 민주당 측에서 연일 난리인 것을 보면 김 의원의 지적이 뼈아프게 작용했던,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비판집회에 바로 대응하지는 않고) 이제 또 앞으로 한두 달 정도 후보자 선출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