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신중히"…당 만류에도 초강수 던진 윤희숙
입력 2021.08.25 11:44
수정 2021.08.25 12:01
권익위 부동산법 위반 의혹 윤희숙
'의원직 사퇴'·'대선 포기' 초강수
당 위한 결단 평가 속 비판 여론도
"신중했어야…당에 부담 줄 수도"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법령(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지도부를 비롯한 당 구성원의 만류에도 초강수를 던진 윤 의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양분되는 모습이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간 부로 대통령 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을 멈추겠다"며 "국회의원직도 다시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 선언했다.
이 자리에는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찾아와 마지막까지 윤 의원의 결심을 만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의원과 장시간 대화를 나누던 이 대표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윤 의원은 잘못한 것이 없다. 사퇴가 책임지는 방식이라 했지만, 책임질 일이 없다고 확신하는 것"이라며 "당에서는 윤희숙 의원의 의원직 사퇴 및 대선후보 중도하차를 강하게 만류할 것"이라 강조했다.
실제 이날 윤 의원의 깜짝 선언을 두고 당 안팎에서 "굳이 의원직 사퇴까지 해야 하느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전날 권익위 조사 관련해 징계 여부를 검토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의원의 경우는 문제가 없다 판단하고 징계를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윤 의원 본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것이라고 도저히 볼 수 없다"며 "당 지도부가 그런 차원에서 만류 중"이라 말했다.
단 윤 의원은 '당 지도부가 소명을 받아들였는데 사퇴를 결정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치인의 도덕성 기준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대선에 출마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그것"이라며 "(권익위 의혹이) 비록 제 자신의 문제는 아니지만 좋은 정치를 시작하는 마음"이라 답하며 사퇴 의지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 의원이 권익위 조사로 인해 실추될 수 있는 당의 이미지를 위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 속에 자칫 당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선택을 독단적으로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윤 의원의 개인적 결단을 폄하하고 싶진 않지만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로 인해 권익위 의혹 명단에 함께 올랐던 나머지 11인의 거취 결정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주게 된 것 아닌가"라며 "조금 더 당 지도부 및 구성원과 신중한 고민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 여부를 두고 진행될 본회의 투표에서 부결이라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권익위가 진행한 같은 조사에서 의혹 명단에 올랐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2인 모두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의원의 사퇴에 대놓고 찬성표를 던지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무기명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도 변수라는 평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 지도부가 의혹 명단에 오른 자당 의원들에게 탈당 권유를 한지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이들이 의원직 사퇴는 커녕 당적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지 않는가"라며 "이런 상황에서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에 앞장설 경우, 자가당착이라는 비판 여론에 휩싸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계속해서 윤 의원에게 사퇴 의사 번복을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윤 의원에게 계속속 말씀 드려서 의원직 사퇴만은 재고하도록 요청할 생각"이라며 "윤 의원이 우리 당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보여준 모습이 가장 멋있고 이 분의 장점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