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투자 수익 6조 증발…자산 매각 '후폭풍'
입력 2021.08.26 06:00
수정 2021.08.25 10:43
'제로금리' 보릿고개 장기화
자산 처분 궁여지책도 한계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돈이 1년 새 6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제로금리로 투자 보릿고개가 이어지자 지난해에는 애써 모은 자산까지 팔아가며 실적을 메꿨지만, 올해는 이런 미봉책마저도 꺼내 들 수 없는 실정이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단행한 자산 매각의 후폭풍에 생보사들이 기반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생명보험업계로서는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 소식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2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생보사들이 거둔 투자영업수익은 총 15조88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3% 감소했다. 액수로 따지면 1년 만에 5조9564억원이나 감소한 규모다.
주요 생보사별로 보면 우선 삼성생명의 투자영업수익이 4조850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6.4% 줄었다. 교보생명 역시 2조4201억원으로, 한화생명은 2조2141억원으로 각각 33.8%와 40.2%씩 해당 금액이 감소했다. NH농협생명의 투자영업수익도 37.1% 줄어든 1조1238억원을 기록했다.
생보업계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최대 요인은 저금리다. 시장 금리가 낮을수록 자산을 굴려 얻을 수 있는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췄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0%대까지 추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리 반등 소식에 '희망'
하지만 최근 생보사들의 투자 실적 부진은 저금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기준금리 인하가 실시된 지난해에는 성적이 상승세를 보이다가 올해 들어 악화로 돌아선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해 생보업계의 투자영업수익은 전년보다 12.0% 늘어난 37조6665억원을 나타냈다.
생보사들이 지난해 저금리 심화에도 불구하고 투자 수익을 늘릴 수 있었던 건 그동안 모아둔 금융 자산을 대량으로 팔아 치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생보업계가 금융 자산을 처분해 얻은 이익은 전년보다 58.0% 급증하며 3조9808억원에 달했다.
결국 지난해에는 궁여지책으로 자산까지 매각하며 수익성 방어에 온 힘을 쏟았지만, 올해는 이런 여력마저 사라지면서 투자 실적이 더욱 나빠졌다는 얘기다.
생보업계로서는 여지가 남았더라도 계속 자산 매각에만 목을 맬 수 없는 처지다. 금융 자산을 처분한다는 건 그 만큼 향후 투자 이익 성장의 동력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일러도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기준금리 반등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0%대 금리 지속으로 시장 통화량이 과도하게 늘어났고, 이로 인해 가계부채가 급격히 불어나고 물가 상승 압박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달 금통위에서 바로 금리 조정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가시권으로 들어온 만큼, 생보사는 당분간 투자 실적 역성장을 감내하더라도 이제는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자산 매각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