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대출까지 손대는 생보사…코로나 리스크 '불씨'
입력 2021.08.04 06:00
수정 2021.08.03 13:31
1년 새 10% 넘게 늘며 10조원 육박
투자 수익률 만회하려다 역풍 우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스스로 차주의 담보나 신용을 평가하지 않고 외부 기관의 보증을 전제로 내준 대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만 1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금리로 악화된 투자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한 생명보험업계의 대출 확대 흐름이 가속화하는 와중 보증대출에까지 손을 대는 생보사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과도한 보증대출이 향후 금융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생보업계도 속도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보사들이 보유한 보증대출 잔액은 올해 5월 말 기준 총 9조5512억원으로,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9년 말보다 14.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1조2380억원이나 늘어난 증가폭이다.
생보사별로 보면 회사 규모에 따라 사뭇 다른 흐름을 나타냈다. 국내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의 보증대출은 4조10억원으로 조사 대상 기간 동안 2.7% 줄었다. 한화생명의 관련 금액도 2.7% 감소한 6187억원을 기록했다. 빅3 생보사 중에서는 교보생명의 보증대출만 1조2878억원으로 7.7% 늘긴 했지만, 생보업계 전체 증가율과 비교하면 절반 가량에 그친 수준이다.
보증대출을 주도한 쪽은 중·소형 생보사들이었다. 우선 동양생명의 보증대출 보유량이 1조1625억원으로 73.4%나 늘며 단숨에 1조원을 넘어섰다. KDB생명 역시 7387억원으로, ABL생명은 5588억원으로 각각 96.8%와 34.2%씩 해당 대출이 증가했다. 미래에셋생명의 보증대출도 4907억원으로 141.7% 급증하며 5000억원 근처까지 몸집을 불렸다.
◆금융 불안 확산 시 '촉매제' 우려
생보사들이 외부 보증에 기댄 대출을 늘리고 있는 배경으로는 코로나19에 따른 위험 분산이 꼽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차주들이 많아질 공산이 큰 만큼, 보증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보증대출을 내준 금융사는 훗날 관련 고객에게 불의의 변수가 생기더라도, 연계 기관의 변제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 담보·신용대출에 비해 보증대출의 안정성이 높게 평가되는 이유다.
생보사들의 낮아진 투자 수익률도 보증대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초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까지 끌어 내리면서 금융권의 투자 효율은 눈에 띄게 떨어진 상태다.
이 때문에 생보사들은 채권이나 부동산과 같은 전통적 자산운용을 넘어 대출에도 적극적으로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통상적인 부동산 담보 대출만으로는 기대치를 채우기 쉽지 않았고, 마침내 보증대출에서도 투자 수익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보증대출을 둘러싼 염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나친 보증대출 취급이 금융사의 위험 관리 능력을 저하시키고, 차주의 신용관리 유인도 떨어뜨려 금융 시스템과 소비자 보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이 같은 걱정은 더욱 깊어만 가는 형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잠재된 대출 건전성 위험이 드러나게 될 경우, 보증대출은 이를 금융권 전체로 전이시키는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