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탄소중립기본법 환노위 통과 유감…상당한 사회적 부작용 우려"
입력 2021.08.19 16:23
수정 2021.08.19 17:28
"이해관계자·기업 의견수렴 없이 정부·국회 일방적 결정"
"국민 경제 지나친 부담…지금이라도 기업 현실 반영돼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경제단체들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법안은 감축목표 수치를 ‘35% 이상’으로 설정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이에 수반되는 비용도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논의 과정에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기업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부·국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8일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목표를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탄소중립기본법을 전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법안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전략 및 중점 추진과제 수립,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기후대응기금 조성·운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4.4% 감축(2017년 대비)하는 것에서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총은 특히 "정부가 지난 2020년 12월말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한지 1년도 채 경과하지 않은 시점에서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 및 에너지 체계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또 다시 감축목표를 상향할 경우 사회 전반에 걸쳐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총은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GDP 대비 제조업 비중 26.9%, 세계 2위)와 높은 석탄화력 발전 의존도로 인해 ‘탄소중립기본법안’이 제시하고 있는 감축목표를 달성하는데 매우 제한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총은 "지난 5일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주요 수단으로 석탄화력 발전 축소·중단, 에너지체계 전환, 탄소포집·저장·활용기술 개발 및 보급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러한 감축수단이 실질적으로 적용이 가능할 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석탄화력 발전을 축소 또는 중단할 경우 전력 수요를 충족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은 현재까지 원자력 발전이 유일하나, 탈원전 정책기조가 유지될 경우 에너지 수급위기 문제는 불가피하며, 향후 전기요금 인상 이슈로 확대될 우려도 크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또 "친환경 재생에너지의 경우에도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석탄화력 발전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효율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며, 단기간 내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비용적·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체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 및 규제이행 의무 등은 기업들이 상당부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산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방안 없이는 탄소중립 목표달성이 요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결론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및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이라는 국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산업계가 적극 노력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정책 또한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설정돼야 할 것이며, 기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행정적 지원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상의와 전경련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은 이날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대해 당사자인 업계와 협의없이 구체적인 목표 수치가 규정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안)’이 국회 환노위에서 의결된 것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2030 NDC 상향 조정은 우리 수출과 산업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문가와 기업 등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지금이라도 산업계와 협의하고 기업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것에 대해 경제계는 유감을 표한다"면서 "특히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이하 2030 NDC) 법제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국회에서 신중히 논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이 처리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 실장은 "통과된 탄소중립기본법에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도록 명시했으나, 이는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국민 경제에 지나친 부담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30 NDC 수립을 위한 산업계 의견 수렴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축목표 하한선을 법제화 하는 것은, 합리적인 목표 설정을 위한 논의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유 실장은 "2030 NDC가 우리 경제 여건에 맞게 합리적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향후 법사위 논의과정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의 신중한 검토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탄소중립기본법 환노위 통과에 대한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 이동기 무협 혁신정책본부장은 "기후·환경변화 위기 대응을 위한 '2050 탄소중립'의 국가적인 노력에는 공감하나 경제계의 의견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관련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무역업계는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비중이 높고 미국·유럽 등과 달리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35%라는 높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및 경제성장률 제고, 일자리 창출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선진국들이 공급망 안정을 위해 외국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현실에서 과도한 탄소중립 목표 설정은 국내 기업환경을 악화시키고 기업들의 해외이전을 촉발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산업구조, 경쟁국들의 탄소중립 추진동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 향후 국제협상 과정에서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법이 아닌 하위 법령에 위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본부장은 "코로나19로 내수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수출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향후 국회 입법과정에서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