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2000명, 분노하는 시민들 ③] "국내 백신 이미 다 늦었다…상용화 1년 이상 걸려"
입력 2021.08.14 01:13
수정 2021.08.13 18:15
전문가 "GBP510, 3만명 임상시험 거치지 않아 합병증이나 후유증 충분히 검증할 수 없어"
국내 임상 대상자 적어 한국인의 면역원성·안전성 검토 어려워…해외백신들과 경쟁 이미 늦어
정부 경제적 지원 미흡해 백신 개발 늦어져…"노바벡스 계통, 안정성은 검증 90% 방어효과"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국내 확진자수는 2000명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백신 개발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개발 백신이 임상 3상 실험을 마치더라도 백신 상용화까진 1년 이상이 걸려 상용화를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임상 시험 승인을 받아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인 국내 제약회사는 모두 7곳이다. 이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GBP510'는 개발 막바지인 임상 3상에 처음으로 돌입하면서 국산 백신 자급화의 기대감을 높였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1상 시험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없는 걸로 확인된 만큼 예방효과만 50%를 넘기면 되기에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3상 시험이 언제 끝날지는 예측할 수 없고 상용화까지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재욱 고대 예방의학 교수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백신 시험이 실패할 확률은 여전히 높다"며 "통상적으로 3만 명의 각국 임상 시험을 한 것이 아니고 임상시험군 규모도 작기때문에 합병증이나 후유증을 충분히 검증할 수도 없고 여러 가지 과학적 불확실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임상 대상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 대상자가 적어 한국인의 신체 상태에서 나타나는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업계에선 현실적인 상용화 시기는 내년 후반쯤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시기상 많이 늦었다. 내년이면 해외 백신 회사들이 생산라인을 확대해 세계적인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처럼 효과가 입증된 백신들이 시장을 선점했는데 예방효과는 그에 못 미치는 국내 백신을 해외에서 누가 구입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올해 안에 임상 시험을 완료하지 못한 회사는 아웃시켜야한다"며 "새로 유입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을지 검증이 안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미흡한 개발 지원도 국내 백신 개발이 늦어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통상적으로 백신 개발을 위해 임상 3상에 필요한 비용은 약 900억원이다. 하지만 올해 정부가 책정한 백신 임상 지원예산은 687억원에 불과하다.
국내 백신 개발의 최전선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도 지난해 30억원을 받은 게 전부다. 이들의 개발비 대부분은 CEPI(감염병대응혁신연합)와 빌&멜린다게이츠재단에서 지원받은 것으로 약 2450억원이다. 상황이 열악한 다른 업체의 개발 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새로운 신규 백신 개발은 10년에서 20년 정도를 투자를 해야 하고 약 1~2조원의 비용이 든다"며 "미국 모더나나 화이자 사의 경우 장기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백신이 작년에 출시될 수 있었다. 국내의 연구 환경과 다르게 탄탄한 기초 연구에서 백신 개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팬데믹이나 유행성 전염병의 파급력이 높을 당시에만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빠른 성과를 내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국내 기초과학 연구 실력이 부족해 늦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정부의 지원이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라며 "뒤늦게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해도 백신개발 속도를 올리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윤 교수는 "정부가 뒤늦게 백신을 선구매하는 방향의 지원책도 꺼내들었지만, 냉정하게 보면 다른 백신보다 뒤떨어지는 백신 수급에 국민 세금만 소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부족한 정부 지원으로 백신 개발하라는 것은 회사 스스로 개발하라는 것과 다름없어 어려움이 많다"며 "해외 자본까지 끌어들여 개발이 돼도 우리 마음대로 국내 물량을 확보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천 교수는 그러면서 "그래도 일단, 국내에서 개발한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고, 노바벡스 계통처럼 합성 항원 방식 백신으로, 안정성은 검증돼 방어효과가 약 90%는 나올 것 같다"며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SK나 삼성처럼 대규모 설비가 구축돼 있어 개발만 한다면 앞으로 백신 발전의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