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2000명, 분노하는 시민들 ②] "국내 백신 개발에만 매달리다 백신 선구매 늦어져"
입력 2021.08.13 05:06
수정 2021.08.12 18:03
백신 TF팀 공무원 구성도 패착…"늘 실무자들만 책임지다 보니 위험 무릅쓰고 백신 도입 부담 컸을 것"
"국내 백신 개발·해외 백신 구매 동시 추진…모더나사 대량생산 불가능, 화이자 수급 주력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서며 'K방역'이 위기를 맞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K방역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국내 백신 개발에 걸었던 지나친 기대와 백신 전문 특별전담 조직(TF팀)의 전문성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는 다음달 9월까지 전체 국민의 70%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2차 접종을 완료해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모더나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겨 화이자와 모더나의 2차 접종 간격은 4주에서 6주로 늘어났다.
영국의 경우 작년 5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선구매를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화이자 백신을 계약했다. 캐나다는 작년 8월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을 계약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27일이 돼서야 비로소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계약을 체결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백신 정책에 대한 정부의 방점이 국내 생산 백신과 치료제에 주로 찍혀있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국내 생산 백신에만 주력하다 보니 외국의 백신 개발 상황에 대한 판단이 형편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선구매가 늦어져 국내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며 "다른 나라들은 백신을 일찍 선구매했기 때문에 먼저 공급받는 중이며 모더나사의 경우 대량 생산을 할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공급이 더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앞으로는 국내 백신 개발과 해외 백신 구매 투 트랙으로 가고, 국내 생산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반출을 하지 않아야 한다"며 "국내 선구매로 먼저 확보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화이자만이라도 수급을 좀 더 빠르고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신 전문 TF팀이 대부분 공무원으로 구성된 점 또한 문제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백신 전문가들의 의견 반영이나 소통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지적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신종플루 유행 당시 백신이 남아 공무원들은 감사를 받았고 메르스 때는 방역의 일선에 있던 실무자들이 징계를 받았다"며 "고위직은 면책을 받고 실무자들만 책임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백신을 도입하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초기 백신물량 도입 당시 고위 관료가 나서서 도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마 위원장은 "정책 결정에 있어 민간 전문가 참여가 적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특히 백신 전문 TF팀 대다수가 공무원이다 보니 담당자가 계속 바뀌어 제대로 상황 판단을 하고 구매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 위원장은 이어 "공무원 업무 특성상 결재 절차를 거쳐야 해 먼저 상부로 보고하고 상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 빠른 백신 수급이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