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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2000명, 분노하는 시민들 ①] "정부 믿었는데… 하루 아침에 앞자리수 바뀌었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입력 2021.08.12 05:03
수정 2021.08.12 10:27

시민들 "정부 계획 자꾸 바뀌어 어떤 백신 맞을지, 실제로 접종 효과 있을 지 불안"

"백신수급·접종주기 차질 생기면 국민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정부 불신 안생겨"

전문가 "더이상 집단면역은 맞지 않는 개념…백신 접종 통해 중증 예방하는 개념으로 가야"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가 오는 22일까지 2주 더 연장된 가운데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 끝도 없이 장기화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극한의 피로감으로 지쳐있던 시민들은 믿을 수 없는 백신 수급과 접종주기 속에 확진자가 급증하자 불안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2223명이다.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와 사적모임 인원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 확산세는 급속히 가팔라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34)씨는 "매일 확진자 수가 오르내리길 반복하고 일상에서의 제약도 많았지만 정부를 믿었기에 언젠가는 끝나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하루 아침에 앞자리수가 바뀐 걸 보니 솔직히 무기력해진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직장인 박모(34)씨는 "휴가철인데 피서지가 제한되고 음식점도 영업 제한도 강화돼 약속조차 잡기 힘들다. 작년 코로나가 가장 심했을 땐 휴가를 아예 안 갔다"면서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일상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고단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백신 수급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모더나사의 사정으로 8월 계획된 공급 물량인 850만 회분의 절반 이하만이 공급됨에 따라 정부는 이달 중순 이후 진행될 2차 접종부터 백신 접종 간격을 기존 4주에서 6주로 조정하기로 했다.


현재 육아휴직 중인 오모(41)씨는 "백신 수급 일정, 백신 종류와 접종 주기가 계속 변경돼 불안감은 커지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며 말했다. 이어 "정부 계획이 계속해서 바뀌어서 이제는 어떤 백신을 맞게 될지도 모르겠고 접종 효과가 실제로 있을 지 잘 모르겠다"며 "2달 안에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정부 발표에도 의구심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점에서 일하는 종업원 이모(44)씨도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접종 주기를 늘리는 등 계획에 변동이 생기면 국민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엔 국민도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이모(57)씨는 "국내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 입장에선 정부를 믿을 수밖에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와중에 우리나라는 나쁘지 않게 대응하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 분주작업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로나19 확산세는 지속될 것인 만큼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이 계속 미뤄지는 것은 국민이 백신 접종을 불안해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정부는 부작용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이를 검사하고 보완점을 강구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이어 "집단 면역은 전 국민의 90%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가능하다"며 "따라서 더이상 집단면역은 맞지 않는 개념으로, 이제는 백신 접종을 통해서 중증을 예방하는 개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백신접종 속도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확산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델타 변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사회적 거리두기 피로감이 쌓이면서 효과가 떨어진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백신접종 주기를 4주에서 6주로 늘리는 것은 효과 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1차 접종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이 문제고 하루빨리 접종률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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