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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줄 알았는데, 다시 불타올라”…OTT 타고 부는 ‘방송 정주행’ 열풍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8.12 14:01
수정 2021.08.12 09:13

'킹덤' 시리즈부터 '전원일기'까지 몰아보기가 대세

"OTT 중심의 정주행 문화, 더 활발해질 것"

ⓒ넷플릭스

#30대 중반 직장인 A씨는 코로나19 이후 1년여에 가깝게 재택근무 중이다. 늘어난 여가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했고, 최근엔 웨이브와 티빙까지 OTT를 모조리 섭렵했다. A씨는 “처음엔 지인의 추천으로 넷플릭스에 가입해 ‘빨간 머리 앤’과 ‘기묘한 이야기’ ‘스위트홈’ ‘종이의 집’ 등을 정주행했다”면서 “TV를 켜 놓는 것 대신 티빙, 웨이브로 과거 예능과 드라마를 계속 틀어놓고 근무를 하는 날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넷플릭스, 왓챠, 티빙, 웨이브 등 각각 플랫폼마다 제공하는 콘텐츠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플랫폼 서비스를 동시에 구독하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다.


최근엔 OTT를 통해 단기간에 TV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를 몰아서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폭음·폭식이라는 의미의 영어단어 ‘빈지’(Binge)와 본다는 뜻의 ‘워치’(Watch)가 결합한 ‘빈지 워치’(Binge Watch)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한 예로 넷플릭스에서 지난달 23일 ‘킹덤: 아신전’이 공개된 전후로 지난 2019년과 2020년 각각 공개된 ‘킹덤’ 시리즈들이 덩달아 TOP10에 오르기도 했고, 정우·오연서 주연의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 X’는 완결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방송 후에도 오랜 기간 인기 영상으로 이름을 올리며 시즌2 요청도 잇따랐다.


국내 OTT 중에선 웨이브에서 정주행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가 합작한 pooq과 SKT의 옥수수가 합쳐진 토종 OTT다. 때문에 오래된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지상파 콘텐츠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KBS

실제 지난 6월 8일 종영한 KBS2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방영 마지막 주차에 가장 높은 시청 시간(정주행)과 순위를 기록했고, 종영 후에도 약 1~2주간 신규 유료가입자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프로그램 상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평균적으로 드라마는 방영 중 가장 높은 시청시간을 기록하는 경우가 다수다. 그러나 ‘오월의 청춘’의 이 같은 시청흐름을 두고 웨이브 측은 “종영 후 뒤늦게 입소문을 타고 정주행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방영 중인 타사의 드라마의 카테고리나 배우들의 영향으로 구작 콘텐츠를 정주행하는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방영되면서 같은 카테고리인 ‘닥터스’ ‘낭만닥터 김사부’ 등의 시청 시간이 증가했고, SBS ‘모범택시’ 방영 당시에는 주연 배우였던 이제훈의 필모 ‘여우각시별’ ‘시밀의 문’ 등의 시청시간이 증가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시즌별 이슈로 구작의 시청시간이 오르는 사례도 있다. 최근 2020 도쿄올림픽 기간에는 스포츠 콘텐츠 드라마 ‘마지막 승부’(1994)가 243%,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이 출연했던 ‘영재발굴단’이 173% 시청시간이 상승했고, 영화 ‘슈팅걸스’는 1001%, ‘4등’은 383%, ‘미스터 고’는 356%,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295% 각각 상승 추세를 보였다.


이 같은 ‘정주행 열풍’에는 OTT의 ‘추천’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웨이브 관계자는 “일주일마다 밴드 편성을 바꾸고 있는데, 크게는 수동으로 편성하는 ‘에디터 픽’ 형태의 밴드와 시청자들이 자주 본 콘텐츠를 위주로 유사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밴드로 나뉜다”면서 “수동의 경우는 그 시간의 이슈에 맞춰 편성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타사의 작품이 흥행할 경우 해당 작품의 출연 배우의 과거 작품을 정주행하는 밴드를 편성하는 식이다. 실제로도 그런 경우에 시청률이 급상승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웨이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OTT 플랫폼을 통한 정주행 문화는 이미 정착되기 시작했다. 뉴스나 스포츠 등 시의성이 중요한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는 환경이 OTT를 중심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라며 “사용자들의 월간 시청시간이나 이용자 수, 접속 데이터를 종합해 살펴보면 정주행 문화가 정착했음을 알 수 있다. OTT 이용자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정주행 문화 역시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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