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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충무로의 새 얼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8.10 14:02
수정 2021.08.11 16:18

공승연,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배우상 수상

'인질' 김재범·류경수, 히든카드

비비(김형서)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모교'로 연기 도전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극장가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갯속을 걸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극장가에 발길을 끊었고 개봉 예정이었던 신작들도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개봉을 수차례 연기하며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 그럼에도 수확이 있다면 미래가 기대되는 신인 배우들의 활약이 충무로를 다시 한번 밝혔다는 점이다.


매년 충무로는 연기력과 티켓 파워가 보장된 4~50대 배우를 주축으로 캐스팅하며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지적을 자주 받아왔다. 영화 한 편 제작하기 위해 수십억 이상이 들어가기에 제작사, 배급사 입장에서는 흥행이 보장되고 관객들의 만족을 시킬 수 있는 배우들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것을 두고 '옳고 그르다'로 쉽게 잣대를 가져다 댈 수 없는 상황으로 현상 유지만 반복돼 왔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바로 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 SM C&C


하지만 코로나19란 변수로 인해 기대작들이 개봉을 연기하고 일정이 꼬여버린 사이, 신예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지난 5월 개봉한 '혼자 사는 사람들'의 독립영화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공승연의 연기도 함께 호평받았다.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다뤄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됐으며 주연 배우 공승연은 이 작품을 통해 데뷔 후 첫 배우상을 수상했다.


공승연은 데뷔 10년 차로 드라마에서 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를에서 밝고 통통 튀는 이미지로 대중을 만나왔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우울,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 인해 성장통을 극복하는 과정을 건조한 얼굴,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해 '공승연의 재발견'이란 평을 들었다.


바통을 이어 받은 신예는 '랑종'의 나릴야 군몽콘켓의 태국 여배우다. '랑종'은 나홍진이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한국과 태국 장르 영화에서 제 몫을 해냈던 두 감독의 만남으로, 개봉 전까지 배우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적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릴야 군몽콘켓은 '랑종'으로 영화에 처음 도전하는 배우로 기존 사전 정보가 부족했다. 하지만 베일을 벗자 나릴야 군몽콘켓은 실감 나는 빙의 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자신 앞으로 고정시켰다. 그는 평범한 20대에서 악령에 빙의되는 과정을 연기하기 위해 10kg를 감량했으며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디렉팅 아래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작품이 혹평을 받고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모교'에서는 가수로 활동했던 비비가 김형서란 이름으로 배우에 도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김형서는 극중 은희(김서형 분)의 곁을 떠돌며 비밀의 키를 쥔 의문의 학생 재연을 연기했는데, 묘한 분위기와 사연을 감춘 눈빛부터 공포감을 조성하는 비주얼까지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김서형과 부딪치는 신이 많았음에도 곁에서 잘 어우러져 제 몫을 해냈다.


현재 개봉 중인 '방법:재차의'에서도 주연 엄지원, 정지소를 뒤로하고 이설이 눈길을 끈다. 이설은 임진희(엄지원 분)를 롤 모델로 여기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독립 뉴스 채널 도시 탐정 신입 VJ 제시 정 역으로, 후반부 반전을 선사하는 인물이다.


캐릭터가 가진 특수한 색깔 덕도 있지만, 이전에 제시 정의 서사를 잘 이해하고 관객들로부터 연민과 분노를 잘 끌어낸 이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다. 이설은 2018년 3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드라마 '나쁜 형사' 주인공으로 발탁되며 이름을 알린 배우로, '방법:재차의' 속 그의 존재감은 메인 캐릭터 백소진(정지소 분) 못지않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개봉을 앞둔 '인질'도 새 얼굴들의 패기있는 활약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인질'은 개봉 전부터 배우 황정민이 납치됐다는 설정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황정민을 그대로 영화 속에 옮겨놔 궁금증을 유발했다. 포털 사이트에 '인질' 정보를 검색하면 필감성 감독과 황정민의 이름만 게재됐을 만큼, 황정민을 단독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였다.


하지만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인질'은 납치범을 연기한 신인 배우들 4명이 황정민과 대척점에서 긴장감을 한껏 조인다. 납치 집단의 수장 최기완을 연기한 김재범, 괴팍한 성격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대장 염경훈 역의 류경수, 황정민의 팬이라며 엉뚱한 요구를 하는 용태(정재원 분)는 극을 선두에서 끌어가는 황정민을 뒤에서 완벽하게 뒷받침한다.


특히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가리지 않는 섬뜩함을 유발하는 최기완 역의 김재범은 '랭보', '아마데우스', '완벽한 타인', '아가사', '박열 등 연극과 뮤지컬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지만, 영화는 '인질'이 첫 작품으로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류경수는 tvN '자백',JTBC '이태원 클라쓰',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까지 매 드라마에서 캐릭터와 하나 된 표현력으로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스크린에서는 독립 영화와 상업 영화를 오가며 주, 조연을 소화했는데, 이미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관계자들은 일찌감치 류경수를 캐스팅했다. 류경수는 '인질' 개봉 이후 넷플릭스 '지옥', '글리치'에 이어 영화 '정이'(가제) 주연으로 쉴 틈 없이 대중과 만난다.


올해 극장가의 젊은 피 수혈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었지만 '황소가 뒷걸음치다 쥐를 잡은' 사례가 아니다. 작품과 연기가 뛰어나다면 '준비된 신예는 통한다'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스크린에선 유독 낯설었던 공식을 입증 시킨 모범 사례다. 신인들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귀문'의 김소혜, 이정형, 홍진기, '화이트데이:부서진 결계' 강찬희, 박유나 등 영화계 기대주를 꿈꾸는 배우들로 포진된 영화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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