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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53)] ‘거짓’없는 연기, 뮤지컬 배우 김예인의 신념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8.07 11:06 수정 2021.08.07 11:06

'마리 앙투아네트' 10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EMK뮤지컬컴퍼니

“익숙해지지 말자”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앙상블로 출연 중인 뮤지컬 배우 김예인은 매일 같이 무대에 오르기 전 이 말을 되뇐다. 누군가는 ‘너무 쏟아내면 오래 못 간다’고 그를 다그치지만, 매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거짓’ 없이 쏟아내는 것은 김예인이 무대와 관객을 존중하는 그만의 방법이자, 신념이다.


그런 그의 신념이 있기 때문에, 작은 역할이라도 김예인의 목소리는 관객들에게 오롯이 전달된다. 단순히 대사와 노래, 몸짓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공감’을 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돌 그룹 연습생 생활을 거쳐, 자신의 진짜 꿈이었던 뮤지컬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만큼 무대는 그에게 소중한 친구이자, 그를 지탱해주는 나무 같은 존재다.


-2019년 ‘아이다’로 데뷔했죠.


네, 제 생에 첫 뮤지컬 무대였어요. 리허설을 할 때까진 텅 빈 객석을 보며 너무 긴장하고 떨렸는데 첫 공연날 가득 찬 객석을 보니 너무 신나고 행복해서 날아다니는 기분이었어요.


-데뷔 전엔 걸그룹 연습생 생활을 했다고요.


개인 사정과 회사의 사정으로 7년여간 여러 회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거쳤어요. 어린 시절,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게 너무 좋았거든요. 막연히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기획사에서 캐스팅 제안이 와서 시작하게 된 연습생 생활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엄마가 오랜 투병생활 끝에 돌아가셨어요. 엄마가 살아계실 때 무대에 선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 때문에라도 더 버텨왔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니 원동력이 사라진 기분이었죠. 그때 참 많이 방황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생각해 봤어요. 그 때 어릴 적 부모님과 웨스트엔드에서 처음으로 봤던 뮤지컬 ‘라이온 킹’이 떠올랐고, 뮤지컬 넘버를 따라 부르면서 안무를 해봤는데 내가 무대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 때가 떠오르더라고요. 그 순간 뮤지컬을 해야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KBS2

-KBS2 예능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당시 김문정 감독의 티칭을 받고 순식간에 몰입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사실 몇 백 명의 사람들 앞에 서는 건 생각보다 떨리지 않아요. 그런데 전 오히려 소수의 사람들이나 아는 얼굴이 있을 때 엄청나게 긴장하는 타입이거든요. 그날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웃음). 신기하게도 김문정 감독님의 티칭은 코멘트를 받는다기 보단 스르륵 스며드는 기분이었어요. 아, 이게 말로 잘 표현이 안 되는데 같이 연기하고 있는 상대 배우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덕분에 긴장했던 것도 잊고 몰입할 수 있었어요.


-뮤지컬 ‘마리앙투아네트’에 참여한 것도 김문정 감독 덕분인가요?


맞아요. 전 대학을 늦게 들어가서 아직도 대학에 재학 중인데요. 감독님께서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작품의 오디션을 한번 보겠니?”라며 전화를 주셨어요.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참여하게 됐고요. 감독님을 만난 건 제 인생에 너무 큰 행운이에요. 제가 겪은 감독님은 정말 인간적이시고 멋진 분이시거든요. 동경하면서도 정말 좋은 자극을 받기도 해요.


-연습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코로나19로 연습실 분위기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을 거고요.


맞아요. 모두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을 진행을 했어요. 마스크를 쓰고 노래하고 말을 하다 보니 얼굴이 쓸려서 피부가 까지기도 하고, 그 상태에서 땀이 나서 얼굴이 따가운 게 가장 힘들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마스크를 벗고 연기하는 순간 서로 못 알아보고, 깜짝 놀라기도 하고, 재밌는 일도 많았어요(웃음).


-연습과정, 혹은 무대에 오르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나요?


무대에서 파티션이나 의자 같은 소도구들은 배우들이 직접 움직이는데요. 얼마 전 공연에서 제가 암전이 됐을 때 파티션을 뒷걸음질로 끌고 나오다가 치마를 밟고 무대에서 드러누워 버렸어요. 뒤통수까지 바닥에 닿을 정도로요. 암전이라 아무도 못 봤겠지만 혼자 너무 민망하더라고요. 하하. 무대 감독님은 깜깜한 무대도 볼 수 있는 적외선 카메라 모니터가 있는데…보셨을까요? 보셨다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아요. 하하.


-김예인 배우가 생각하는, ‘마리 앙투아네트’는 어떤 작품인가요?


로고에 ‘우리가 꿈꾸는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문구가 있어요. 황실과 귀족 그리고 혁명군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모두가 너무 이해되거든요. 각자의 입장이 서로에게 화살이 되는 것이 현실 속의 우리들의 모습과 다른 게 없어요. 무겁지만 꼭 필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MK뮤지컬컴퍼니

-앙상블로 출연하고 계신데요. 어떤 역할들을 맡고 계시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오프닝에선 마리 앙투아네트에게서 강아지를 빼앗는 하녀로 등장하고요. 그 밖에도 샴페인하녀, 마레지구 노파, 몽골샵 하녀 그리고 시민과 혁명군으로 등장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유독 몽골샵 하녀 역에 애정이 가더라고요. 극 자체가 무겁다 보니 중간에 만화같이 유쾌한 캐릭터라 더 애정이 가요.


-흔히 앙상블을 ‘작품의 꽃’이라고도 하는데요.


세상에 나 혼자만 존재한다 생각하면 얼마나 쓸쓸하고 재미없겠어요. 앙상블은 내 인생을 채워주고 완성시켜주는 소중한 존재들과 다를 바 없다 생각해요. 정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예요.


다만 앙상블은 원 캐스팅이다 보니 체력관리와 목 관리가 가장 힘들어요. 매 회 보러 오는 관객은 다르니 항상 최고의 에너지로 임하고 싶어서 다 쏟아 내고 나면 한 시간 뒤에 저녁공연이고 다음날 공연이에요. 충전기로 충전해서 바로바로 에너지가 가득 차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웃음).


-그만큼 힘든 무대를 마쳤을 때의 보람도 크겠죠?


맞아요. 저희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잘 전달됐을 때의 보람은 말할 것도 없죠. 그리고 무엇보다 커튼콜 때 박수를 받을 땐…. 박수소리를 들으면 긴장됐던 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까지 들어요.


-‘마리 앙투아네트’가 두 번째 뮤지컬 참여인데요. 이전과 달라진 점도 있나요?


아직도 새롭고 신기하고 모르는 게 많아요. 그래서 늘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경험을 쌓고 싶은데요, 그 중에서도 ‘빨래’의 나영이, ‘레미제라블’의 에포닌 역을 꼭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할지도 궁금해요.


정말 존경하는 좋은 선배님들이 계시지만 저는 지난날의 저보다 반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책임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허락되는 한 연기를 계속하고 싶어요. 할머니가 되어서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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