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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조작 묵시적 허락' 김경수 실형 확정…법조계 "원세훈에 비해 형량 턱없이 낮다"

안덕관 기자 (adk@dailian.co.kr)
입력 2021.07.22 04:44 수정 2021.07.21 21:03

재판부 "드루킹과 공모 판단에 잘못 없어"…文대통령 당선 위한 조작혐의 유죄

지방선거 도와주는 대가로 총영사직 제안 혐의 무죄…'관련 증거 부족'

법조계 "정권 획득 목적에서 벌인 범죄…도정 업무 볼 수 있게 특혜? 의도성·고의성 없어"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가 일명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 기사의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확정 판결을 받아 지사직을 박탈당했다.


법조계는 유죄가 확정된 자체에는 수긍하면서도 김 지사가 권력 획득을 위해 대선에 개입했고, 그 결과 사회에 끼친 해악을 고려하면 형량이 경미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2부는 21일 김 지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한 2심을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 판단도 유지했다.


김 지사는 김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2017년 김씨와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김씨 측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도 받았다.


그동안 댓글조작 혐의의 핵심 쟁점은 김 지사가 김씨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의 경기도 파주시 사무실에서 이뤄진 킹크랩 시연에 참관했는 지와 김씨의 범행을 묵시적으로 허락한 공범으로 볼 수 있는 지였다. 현재 남아 있는 두 사람의 대화 기록이나 김씨 측 내부 자료에 김씨가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보고했다는 직접증거는 없다.


하지만 특검 측은 김씨가 회원들과 공유한 보고자료에 킹크랩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는 점에 주목하고, 김씨가 해당 자료를 돌리기 전 김 지사에게 먼저 보고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추정했다. 또 킹크랩 개발에 사용된 ID가 원래 1개였다가 김 지사의 방문일을 얼마 앞두고 3개로 늘어난 것은 시연을 위한 준비라고 해석했다. 수사 초기 경공모 실무진이 지목한 시연 스마트폰에는 실제 방문일 시연으로 추정되는 로그내역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 지사 측은 김씨가 '선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 킹크랩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아울러 김씨 사무실에 들렀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회원들과 닭갈비로 함께 식사했을 뿐 킹크랩 시연은 본 적 없다고 맞섰다.


1심은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 지사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2심도 경공모 회원 대부분이 시연회 당일 김 지사와 함께 식사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결론지었다. 대법원은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 공동정범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판단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은 김 지사가 2017년 대선 뒤에도 자신이 출마하는 6·13지방선거를 도와달라며 김씨의 측근 도모 변호사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제안한 혐의는 무죄로 확정됐다. 1심은 해당 혐의도 유죄로 봤으나 2심은 선거는 특정돼 있는데 후보자가 특정이 안 됐고 이익 제공의 표시가 선거와 관련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지난 2018년 8월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김 경남도지사와의 대질신문 등을 위해 '드루킹' 김동원 씨가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지난 2018년 8월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김 경남도지사와의 대질신문 등을 위해 '드루킹' 김동원 씨가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법조계 전문가들은 대법에서 유죄를 확정한 것 자체에는 수긍하는 분위기지만 김 지사의 범행 목적을 고려하면 형량이 낮다고 지적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정 후보를 지지할 목적에서 대선을 조작한 범죄로 형량이 턱없이 낮다"면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에서 원세훈 전 원장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던 사례에 비하면 굉장히 불합리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부장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공범 관계였던 김씨가 사익 추구를 위해 댓글조작에 나섰던 데 비해 김 전 지사는 정권 획득이라는, 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은 훨씬 더 크다"면서 "그가 국가와 사회에 끼친 해악에 맞춰 형량을 정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형량이 낮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법이 선고를 지연하면서 김 지사가 도정 업무를 계속 볼 수 있도록 일종의 특혜를 줬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대체로 별 문제 없다는 분위기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2심 판결이 나오고 8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일반적이진 않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어떤 의도가 개입돼 고의적으로 늦췄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도 "항소심에서 구속됐다면 대법원 판결도 더 일찍 나와 경남지사에 대한 보궐선거도 진행됐겠지만, 이 같은 사유로 구속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구속의 사유와는 배치되는 만큼 선고 과정에 특혜는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무죄로 확정된 데 대해선 2심이 수차례나 사실관계를 따진 끝에 결론을 내린 사안으로 특별한 법률적 문제가 없었다면 대법에서 권한을 넘어 파기환송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사건을 수사했던 허익범 특검은 이날 "지방선거를 앞두고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한 사실까지 다 인정하면서 그 의미를 축소하고 처벌조항의 법률적 평가와 해석을 제한적으로 적용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한 것은 아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안덕관 기자 (ad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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