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코믹과 호러, 두 마리 토끼 다 놓친 ‘나만 보이니’
입력 2021.07.21 08:10
수정 2021.07.21 08:32
정진운·솔빈 스크린 데뷔작
21일 개봉
코믹 호러를 표방했지만, 웃음도 공포도 어느 하나 느끼기가 힘들다. 어설픈 시도로 모든 것을 놓친 ‘나만 보이니’다.
21일 개봉하는 ‘나만 보이니’는 로맨스 영화 촬영장에 귀신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공포 영화다.
‘촬영장에 귀신이 나타났다’는 익숙한 설정에서 시작한 이 영화는 팍팍한 현실을 견디는 청춘들의 분투를 동력 삼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귀신이 무서워도 더 이상 도망갈 곳 없는 감독 장근(정겨운 분)과 귀신보다 딜레이 된 촬영으로 들어갈 제작비가 더 안타까운 PD 민정(솔빈 분)의 ‘웃픈’ 모습들로 공감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라는 꿈을 좇는 청춘’이라는 설정 외에는 각 캐릭터들에게 어떠한 서사도 주어지지 않는다. 코믹과 호러를 결합했다는 명분 아래 적당한 농담과 가벼운 에피소드들만 나열돼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공포 영화니 공포만 충분하게 느낄 수 있다면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안타까운 점은 ‘나만 보이니’가 선사하는 공포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지방의 깊은 산, 폐건물 등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성할만한 풍경들은 이어지지만 귀신의 등장 타이밍도, 비주얼도 어딘가 어설퍼 큰 놀라움을 느끼기가 힘들다.
코믹과의 장르 결합이라는 점도 ‘나만 보이니’만의 차별점이지만 이 역시도 일차원적인 몸 개그와 말장난으로만 색깔을 보여주려고 해 웃음의 타율도 낮다. 허세만 가득한 무명 배우, 엉뚱한 매력의 돈 많은 배우 지망생, 여기에 겁만 많은 촬영 감독과 오디오 감독까지. 각자의 개성으로 무장한 캐릭터들이 고군분투를 펼치지만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만 보이니’를 통해 첫 스크린에 진출한 정진운과 솔빈은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서사를 더욱 빈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열정은 가득하지만, 녹록지만은 않은 현실이 주는 씁쓸함과 절박함 등 다채로운 감정으로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지만, 마냥 해맑은 모습으로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결국 뚜렷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한 ‘나만 보이니’다. 공감과 공포, 웃음. 다양한 시도들은 읽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어설픔으로 아쉬움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