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스타들의 ‘노브라’ 선언…더 거세지는 탈코르셋 열풍
입력 2021.07.20 14:08
수정 2021.07.20 14:45
설리 "속옷은 개인의 자유...하나의 액세서리일 뿐"
미국 배우 질리언 앤더슨의 ‘노브라’ 선언에 한국 네티즌들까지 동요하고 있다. 덩달아 국내 스타들의 과거 노브라 선언도 새삼 주목을 받게 됐다. 과거엔 한국 스타들의 이 같은 발언은 돌발행동, 혹은 관심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치부되기도 했지만 최근엔 ‘탈코르셋’의 연장선으로 둬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앤더슨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의 자택에서 인스타그램 실시간 영상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근황을 전하던 중 “나는 브라를 더 이상 입지 않는다. 입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대화 도중 브래지어 착용과 관련해 “너무 불편하다”면서 “설사 가슴이 배꼽까지 내려간다고 해도 신경쓰지 않는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앤더슨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X파일’에서 FBI 특수요원 데이나 스컬리 역을 맡아 큰 인기를 얻었고, 최근엔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 역을 맡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배우다. 때문에 앤더슨의 노브라 선언은 SNS에서 수많은 지지와 공감을 끌어 모았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50만회를 훌쩍 넘어섰다.
앤더슨의 발언이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국내에서 주목받던 탈코르셋 열풍의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그의 ‘노브라 선언’이 탈코르셋의 연장선에 있다고 해석하면서다. 탈코르셋은 사회에서 ‘여성스럽다’고 정의해온 것들을 거부하는 운동이다. 말 그대로 ‘코르셋’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미이다. 코르셋은 몸매가 날씬하게 보이도록 상반신을 꽉 조이는 보정 속옷을 말하는데, 탈코르셋은 이처럼 신체를 과도하게 압박하는 코르셋을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외적 기준에 빗댄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5년 초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이 확산된 이래 2017년 탈코르셋 운동이 시작됐고, 2018년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특히 대중에게 잘 알려지게 된 건 고인이 된 설리의 영향도 크다.
설리는 생전 노브라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시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의 행동에 ‘당당하다’ 혹은 ‘개인의 자유다’라는 옹호의 입장부터 ‘보기 불편하다’ ‘개인의 자유일 수는 있으나 다수가 보는 SNS에 게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등 의견이 상반됐다. 이에 굴하지 않고 설리는 JTBC2 ‘악플의 밤’에 출연해 “속옷은 개인의 자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옷에 따라 어울리기도 하고 안 어울리기도 하는 브래지어는 본인에게 액세서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설리에 이어 마마무 화사 또한 스케줄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당시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채 하얀색 티셔츠를 입어 화제가 됐고, 이후 김나영, 신봉선 등도 노브라에 대해 언급했다. 이들의 발언 역시 설리와 마찬가지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탈코르셋 안의 여러 행동들 중에서도 유독 노브라를 향한 사회적 시선은 차가웠다.
이런 사회적 시선 속에서 앤더슨의 발언이 더욱 지지를 받고 있는 건 단순히 ‘편안함’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최근 패션계를 비롯해 책이나 웹툰 영화, 그리고 아이돌 가수들 사이에서도 아름다움과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콘텐츠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앤더슨의 발언이 불을 지핀 것이나 다름없다. 사회의 다양성 존중이 언급되고 있는 현 시대의 자연스러운 과정인 셈이다.
다만 탈코르셋으로 인한 인식 변화는 반갑고 긍정적이지만, 이런 인식을 강요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꾸밈에 대해 부정하거나, 탈코르셋을 하지 않는 타인을 공격하는것도 지양해야 한다. 본인의 만족을 위해선 얼마든지 꾸밀 수 있다. 탈코르셋은 타인의 시선에서 해방돼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취향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