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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의 디스] 文정부 최저임금 정책, 키오스크 하나 건졌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7.19 07:00
수정 2021.07.18 03:25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자, 자영업자, 중소기업 모두 고통

높아진 '베이스' 탓에 근로자는 인상률 불만, 사용자는 인상액 부담

맘스터치 매장에서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있는 한 소비자의 모습.ⓒ맘스터치

2018년 여름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후배와 함께 안국역 근처 쌀국수 가게에 들어갔는데 점원은 없고 손님들이 웬 기계 앞에 줄을 서 무언가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후배 앞에서 신문물에 적응 못해 망신살이 뻗쳤던 그날이 ‘키오스크’라는 기계를 처음 접한 날이었다.


점주와의 살가운 대화를 단절시키는 이 인정머리 없는(?) 기계가 지금은 사방팔방에 널려 있다. 음식점, 카페, 패스트푸드점, 심지어 외국서 공부하다 귀국한 부부가 차렸다는, 맛이 기똥차다고 소문난 동네 파스타집에서도 ‘여기서 뭐가 젤 맛있냐’고 물어볼 틈도 없이 키오스크의 화면을 통해 대충 고르고 음식만 받아먹어야 했다.


기술적 진보가 제공하는 신문물은 항상 인류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해줬다. 키오스크라는 기계가 개인적으로 맘에 들지 않는다고 무작정 거부만 할 일은 아니다.


다만 ‘낯섦’을 거부하는 소비자들의 저항이 관건이었는데, 그건 높아진 인건비가 해결해 줬다. 키오스크가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2018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무려 16.4%나 올랐다.


기존처럼 서비스를 받으며 높아진 가격을 감수할 것인지,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신 가격 부담을 덜 것인지의 기로에서 소비자들은 후자를 택했다.


그 덕에 키오스크는 급속히 보편화 됐고, 마침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한 비대면 트렌드 확산은 키오스크 도입이 선견지명이었음을 증명해줬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 차원에서 시작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가져온 긍정적 결과가 적어도 하나는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키오스크 도입 가속화라는 긍정적 결과물이 도출되는 동안 우린 어떤 희생을 치러야 했을까.


경기도의 소도시에서 작은 주점을 운영하는 40대 자영업자 A씨는 어린 자녀 셋을 둔 다둥이 가정의 가장이다. 과거에는 A씨가 아르바이트생 한 명과 함께 장사를 하고 부인은 육아에 집중했으나, 높아진 인건비를 감당 못해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야 했다.


동네 주점이라는 특성상 서빙을 못하는 키오스크는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 결국 일손이 많이 필요한 저녁 피크타임때는 부인이 초등학생 딸에게 두 동생을 맡기고 가게로 나가야 했다.


저녁이 있는 삶? 최저임금 폭주는 저녁이 있는 삶은커녕 아이들에게 엄마를 빼앗아가 버렸다.


“자영업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니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게는 문을 닫고 취직하게 만들자”는 모 정치인의 말에 A씨는 열불이 난다. 이 나이에 어딜 가서 취직을 한단 말인가.


중소 건설업체에 다니던 40대 B씨는 2019년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근속년수가 긴 B씨는 최저임금을 훨씬 상회하는 임금을 받고 있었으나, 회사가 최저임금을 감당 못해 건설 현장에 하청으로 투입하던 팀 하나를 통째로 없애버리며 관리직인 B씨 역시 회사를 나와야 했다.


현재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B씨는 인력사무소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최저임금에 거의 근접한 임금을 받는다. 땡볕에서 하루 종일 고된 노동을 하고 받는 임금이 편의점 알바와 별 차이 없다. 그렇다고 편의점 알바 자리가 구하기 쉬운 것도 아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건 데는 소득 하위계층의 임금을 높여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순진무구한(?) 배려가 깔려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가게 문을 닫는 것도, 일자리를 잃는 것도 모두 소득 하위계층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2020년 이후 브레이크를 걸었다지만 그에 앞서 2년 연속 두 자릿수나 올린 최저임금은 두고두고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을 두고는 근로자나 사용자 모두 들끓고 있다.


근로자들은 인상률이 5.1%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사용자들은 440원이나 오른 임금이 부담이다. 2년간 베이스를 너무 높여 놓은 탓에 낮은 인상률을 적용해도 금액은 크게 오르니 노사간 이견을 좁히기 더 힘들어졌다.


근로자,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심지어 여러 중소기업들로부터 납품을 받는 대기업들까지 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너무 많다. ‘키오스크 보급 활성화’라는 사소한 공적으로 상쇄하기엔 너무 큰 일을 저질러버렸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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