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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곡성'에 자극 받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랑종'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7.11 11:12
수정 2021.07.11 11:55

14일 개봉

"나홍진과 협업,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현재 여름 극장가에서 가장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은 나홍진 감독이 제작, 기획에 참여하고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을 맡은 '랑종'이다.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로 데뷔해 '황해' 등을 연출했고 샤머니즘 소재를 활용한 영화 '곡성'으로 680만 관객을 동원한, 국내에서는 설명이 필요 없는 감독이다. 나 감독과 손을 잡은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면면도 화려하다. '셔터', '샴', '피막' 등 태국의 공포영화의 거장으로 불린다. 공포에 일가견이 있는 한국과 태국의 감독들의 만남에 '랑종'에 대한 기대감을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랑종'은 태국으로 배경을 옮겨 '곡성'의 일광(황정민) 캐릭터의 전사를 풀어냈다. '랑종'은 태국어로 무당을 뜻하는데 모계로 대물림되는 무당의 운명을 두고 펼쳐지는 이야기가 주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랑종'을 통해 인간과 악령의 원죄, 그리고 우리가 믿고 있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던지고 싶었다.


영화는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페이크 다큐 형식과 핸드 헬드 기법으로 진행된다. 태국의 다큐멘터리 팀이 바얀 신울 모시는 무당 님(싸와니 우툼마 분)을 밀착 취재하는 과정에서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 분)이 빙의되는 현상을 목격하고 취재 대상을 옮긴다. 죽기 직전 상황 속에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고 빙의된 밍의 모습을 담는 모습들이 영상에 집착하는 현 시대를 향한 농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원작에서부터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쓰여있었습니다. 전 이 촬영 방식이 적합한 방법인지 여 러 번 생각 해봤어요. 픽션 영화처럼 촬영한다면 어떨까도 고려해봤고요. 나홍진 감독과 대화를 나누다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촬영을 함으로써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더 현실감이 넘치로 파워풀해질 것 같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촬영하는 건, 요즘 시대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의 습성을 담았어요. LA에서 산불이 났을 때 '위험하다'라고 말하면서 계속 촬영하는 사라들의 모습을 봤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영화는 적나라한 빙의 현상은 물론이고 피범벅, 성관계, 근친, 강아지와 아이를 학대하는 모습 등 높은 수위의 장면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랑종'의 수위는 나홍진 감독과 상의하에 꼭 필요했던 장면이었음을 강조했다.


"관객들에게 우리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장면들로 채웠죠. 여러 번 말씀드리고 있는데 수위가 높은 장면은 화면을 어둡게 하거나 CCTV를 활용하거나 흐리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어요. 영화를 위해 꼭 필요했던 장면이었어요."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태국에서 천재 감독이라 불리며 태국 호러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 2014년 작품 '피막'은 태국 최초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공포 영화에 애정을 쏟아부었던 반종 감독은 '피막' 제작 이후 흥미를 잃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이 슬럼프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자극제가 됐다.


"호러 영화는 예술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셔터', '샴', '피막'을 제작했었는데, 어느 순간 공포 영화 제작에 따분함을 느꼈어요. 공포영화를 보는 것도 제작하는 것도 싫어서 한동안 다루지 않았죠.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공포영화들은 계속 나왔고 그중에 '곡성'이 다시 한번 도전의식을 느끼게 만들어줬어요."


태국이 아시아 국가 중 공포영화를 제일 잘 만든다는 평을 듣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습성과 연결 지었다.


"태국 사람들의 생활 습관과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태국 사람들은 여러 가지 믿음과 신앙에 노출돼 있어요. 무속신앙을 조사하며 알게 된 건 각 마을마다 믿는 신들이 다 달랐어요. 그리고 태국 사람들은 어느 자리에서든 귀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좋아하고 잘 만들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나 싶어요."


'랑종'이 엔딩을 향할수록 일말의 희망도 남겨놓지 않는다. 마지막 님의 고백이 '랑종'의 마지막 일격이다. 이를 두고 관객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엔딩장면은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굉장히 중요했어요. 영화를 보면서 믿었던 믿음과 신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장면이었습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랑종' 언론시사회 당시 샤머니즘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조사를 깨달은 건 무당의 능력이나 신의 존재보다는 무엇을 믿고 싶어 하는가란 마음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사를 하며 무속신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어요. 금전을 위한 게 아닌 순수한 의도로 무속인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을 만나게 됐죠. 어떤 무속인은 천원 정도만 받고 질병을 치료해 줘요. 그 치료가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조사했을 땐 무당에 의해 질병이 나은 사람도 봤어요. 진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무속인은 정신과 같은 의사 역할을 하지 않나 싶어요."


그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부담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자신이 만들었던 공포 영화를 한국 사람들이 알고 있어 놀랐고 태국어로 만들어진 '랑종'이 한국에 먼저 선보인다는 것에 대한 쾌감도 있었다.


"부담감은 오히려 촬영하면서 느꼈죠. 한국의 천재 감독이자 저의 아이돌인 나홍진 감독이 지켜보고 있었으니까요.(웃음) 제 입장에서는 영화가 해외에서 먼저 개봉을 하는 경우가 처음이기 때문에 기대가 됩니다. 딱히 원하는 반응은 없고요. 나홍진 감독님과의 협업을 많은 사람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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