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손보, 일반보험까지 디마케팅…사업축소 가속
입력 2021.07.02 06:00
수정 2021.07.07 11:33
아파트 종합보험 가입 중단…비효율사업 감축
사모펀드로 주인 바뀐 후 손보사 정체성 '흔들'
롯데손해보험이 아파트 단지에 꼭 필요한 종합보험의 가입을 당분간 받지 않기로 했다. 사업성이 좋지 않은 상품을 축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판매에 제동을 거는 디마케팅 전략이 자동차보험을 넘어 일반보험으로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뀐 이후 롯데손보의 공격적인 사업 감축 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실상 손해보험의 정체성과도 같은 일반보험에서마저 손을 떼려는 시도란 비판도 나온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난 달 초부터 아파트에 대한 ▲주택화재보험 ▲영업배상책임보험 ▲어린이놀이시설배상책임보험 ▲재난배상책임보험 ▲승강기배상책임보험 등 일반보험 5종의 인수를 잠정 중단했다.
이 상품들은 손보업계에서 통상 아파트 종합보험이라 불린다. 아파트 단지 단위에서 한꺼번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 필수 보험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주택화재보험은 이름 그대로 화재로 인한 손해에 대비하는 상품이다. 아파트 영업배상책임보험은 시설물 낙하나 누수 등 단지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피해를, 어린이놀이시설배상책임보험은 단지 안 놀이터에서 발생한 사고를 보상해 준다.
재난배상책임보험과 승강기배상책임보험은 각각 2017년과 2019년부터 법적으로 아파트 단지의 가입이 의무화 된 상품들이다. 재난배상책임보험은 15층 이하 아파트의 화재나 폭발, 붕괴로 인한 타인의 신체 또는 재산피해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승강기배상책임보험은 엘리베이터 사고에 따른 배상을 보장하기 위한 보험이다.
롯데손보가 이들에 대한 가입을 중단한 건 보험 실적 관리 차원으로 풀이된다. 해당 보험들은 정책적 필요에 의해 마련된 상품들이어서 보험사가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적은데 반해, 사고 발생 시 짊어져야 하는 보험금 부담은 크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의 가장 기초가 되는 화재보험까지 가입을 중단시키는 건 일반보험 사업 자체를 접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보사 역할 등한시" 비판 목소리도
보험 판매를 늘리기보다 오히려 줄임으로써 실적을 끌어올려 보려는 롯데손보의 디마케팅 행보는 자동차보험에서부터 시작됐다. 대형사와의 경쟁에서 밀릴뿐더러 사업성 측면에서도 별로 기대할 바가 없다는 확신이 생기자, 가입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방식 등으로 자동차보험의 파이를 차츰 줄여온 것이다.
롯데손보가 지난해 자동차보험에서 거둔 원수보험료는 2426억원으로 전년 대비 46.2% 급감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이전 3년 간 롯데손보의 연간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가 4000억원대 후반을 유지해 온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들어 갑자기 실적이 반 토막 난 셈이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가 소비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일체를 가리키는 말로 보험업계에서 시장의 크기를 측정할 때 활용되는 지표다.
롯데손보의 이런 움직임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로 대주주가 바뀌고 난 뒤부터 생긴 변화라는데 있다. 2019년 롯데손보의 최대주주가 된 JKL파트너스는 경영 환경 개선을 목표로 수익성이 부진한 사업을 과감히 감축해 왔다. 아울러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2019년 말 1685명이었던 임직원을 지난해 말 1242명으로 26.2%나 줄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을 넘어 일반보험까지 고의적으로 위축시킬 경우 사회적 안전망을 담당한다는 손보사로서의 의미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고, 기존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롯데손보의 디마케팅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