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변은 없었다' 박범계표 검찰인사…정권 말기 노골적인 '방탄 검찰' 구축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입력 2021.06.26 06:04
수정 2021.06.26 08:19

정권비리 수사팀 '싹쓸이'…김학의 불법출금·청와대 기획사정·월성원전 조작 담당 부장검사 '물갈이'

모두 필수 보직기간 1년 채우지 못하고 직제개편 이유로 이동…법무부 감찰담당관에 임은정

이성윤에 이어 이규원도 피고인 검사 승진…'독직폭행 기소'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으로 이동

박범계 "적재적소에 균형 있는 인사"…전주혜 "권력수사 좌천·정권비호 영전 인사"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월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5일 역대 최대 규모의 고검 검사급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등 정권비리 수사팀을 이끌어온 부장검사들이 대거 물갈이되면서 추가 수사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아울러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된 검사들은 지방으로 밀려나는 등 좌천을 면치 못했고,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등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된 검사들은 영전하면서 정권 말기 노골적인 '방탄 검찰' 구축을 현실화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무부는 이날 고검 검사급 검사 652명, 일반검사 10명 등 검사 662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부임 날짜는 내달 2일이다.


당초 이번 인사는 오는 29일 검찰 직제개편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직후 발표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인사를 둘러싼 검찰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고려해 발표일을 앞당겼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설명이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번 인사로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을 수사하던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밀려났다. 법무부 직제개편안에 따라 대구지검 형사2부는 6대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 송치 사건만 처리할 수 있다.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하던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좌천됐다.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을 수사한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이동했다.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관련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을 구속 수사한 임일수 전주지검 형사3부장은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고검검사급 검사의 필수 보직 기간은 1년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8월 인사이동을 해 필수 보직 기간을 채우지 못했지만, 직제개편을 이유로 예외가 적용됐다. 이미 박 장관이 검찰 인사와 더불어 직제개편에 속도를 낸 것은 대규모인사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파다했다.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꼽혔던 검사들의 좌천도 두드러진다. 과거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이끌었던 송경호 여주지청장은 수원고검 검사로 발령됐다.


조 전 장관 수사팀에 참가했던 강백신 통영지청 형사1부장은 서울동부지검 공판부장으로 이동했고, 박기동 대검찰청 형사정책담당관은 원주지청장으로 좌천됐다. 정경심 교수 사모펀드 의혹을 파헤쳤던 고형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은 포항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반면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은 줄줄이 영전됐다. 특히 대표적인 친정권 검사로 꼽히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임명되면서 검찰에 대한 법무부 차원의 감시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윤 전 총장 징계를 주도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은 각각 성남지청장, 서울중앙지검 4차장에 올랐다. 윤 전 총장 장모와 아내 사건을 수사했던 정용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은 반부패수사1부장으로 영전했다.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현직 검사들의 보직 이동도 눈에 띄었다.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대전지검 검사(공정거래위 파견)는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유지한 채 직급만 부부장검사급으로 승진했다. 아울러 '채널A 사건'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도 울산지검 차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수사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4일 단행된 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 관련 질의를 받고 "특정 사건은 새로운 수사팀에 의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적재적소에 균형 있는 인사를 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적재적소라고 말했지만 국민들이 봤을 때는 편의적인 인사로 보일 수 있다"며 "권력수사를 하면 좌천시키고 정권 비호를 하면 영전시킨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1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산에 2021.06.26  03:18
    목숨줄 몇달 밖에 안 남은 것들인데...
    까짓 진급 안 해도 오래 사는게 나을 걸?
    0
    0
1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