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서비스발전법 등 혁신법안 27건, 6월 임시국회 처리해달라"
입력 2021.06.24 12:00
수정 2021.06.24 10:56
기업혁신 생태계 조성 필요한 입법과제 현황 분석 결과 미해결 27건
서비스발전법은 발의만 10년째…자율주행 로봇 등은 발의조차 안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회의 본격적인 법안 논의를 앞두고 혁신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대한상의는 지원기반 마련 등 기업들의 혁신을 위해 필요한 법안을 비롯해 상의 샌드박스 과제 중 후속 법령정비가 필요한 법안 등 총 37건의 입법경과를 분석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법률 개정까지 완료된 과제가 10건, 미해결 과제가 27건으로 미해결 과제가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해결 과제 중에는 상임위 계류 중인 과제가 13건, 미발의 과제는 14건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지난 5월 임시국회에서 샌드박스 3법, 산업집적법 개정안, 가사근로자법 등 일부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입법에 진척이 있지만 아직 상임위 논의가 없거나 미발의 상태인 과제도 많다”며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는 여야가 힘을 합쳐 혁신법안 입법에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발의만 10년째 서비스산업법…논의조차 없어
혁신 법안들 중 발의 후 장기 계류 중인 법안들이 많이 있지만 대다수는 아직 논의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대표적이다. 국내 서비스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 먹거리가 많은 분야임에도, 경쟁국 대비 서비스업의 비중과 고용 모두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법률상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제정안의 골자다.
지난 18대 국회부터 약 10년 동안 꾸준히 발의돼 온 법안이지만, 매번 의료민영화 논란에 휩싸여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다가 임기만료로 폐기돼 왔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발의돼 지난 2월엔 공청회도 열렸지만, 이후 별다른 논의는 없는 상태다.
박정수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본부 본부장은 “서비스산업은 향후 일자리 창출 등 부가가치가 큰 산업분야”라며 “정부에서도 혁신 TF를 꾸리는 등 서비스산업 육성에 의지를 보이는 만큼, 정책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는 꼭 논의에 진척이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최근 핀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마이페이먼트 등 디지털금융 혁신의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전자금융업의 자본금 요건 등 진입장벽을 낮추고 인허가 체계를 개편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발의됐다.
발의된 지 반년이나 지났지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세 차례 상정만 됐을 뿐 별다른 논의가 없다. 류영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경쟁국은 일찌감치 디지털금융의 가능성을 보고 관련 법령을 정비해 핀테크 유니콘을 키우고 있다”며 “우리도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드론 비행승인 시 군부대, 지자체 등과 상시협력체계를 구축해 드론비행 승인절차를 합리화하는 드론활용촉진법(김민철 의원안 등), 산업데이터 활용 기반을 마련하는 디지털전환촉진법(조정식 의원안 등) 등 13개 법안이 상임위에서 논의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대다수 과제는 아직 발의도 되지 않아... 미발의 법안 14건
아직 발의조차 되지 않은 혁신 법안들도 14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발의 과제의 대부분은 샌드박스 승인받은 과제들에 대한 후속 입법 차원의 법안들이다.
수십 년째 시범사업만 하던 비대면 진료부터, 배달·순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자율주행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혁신 사업모델이 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의 문이 열렸지만, 더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국회 입법을 거쳐야 한다.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자율주행 로봇을 차로 규정하고 있어 보도 통행을 금지하고 있는 도로교통법 등 정비되어야 할 과제가 쌓여 가고 있지만 관련법은 논의조차 없는 상황이다.
강민재 대한상의 샌드박스관리팀장은 “입법과제의 경우 입법이 완료된다 해도 하위법령 정비가 남아있어 관련법령이 모두 정비되기까지 많은 시일이 소요된다”며 “샌드박스 테스트가 아직 진행 중인 과제라도, 안전성이 어느 정도 입증되는 경우에는 선제적으로 입법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유주방, EV 폐배터리 재활용 근거 마련되고 샌드박스 사업중단 우려 덜어
신속하게 입법이 완료된 과제들도 있다. 공유주방이 대표적이다. 공유주방 서비스는 여러 사업자가 한 주방공간을 공유하는 사업모델로, 창업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에는 위생 우려 등으로 금지돼 사업화가 어려웠지만 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를 통해 승인받은 4개사 포함 총 19개 업체 및 기관에서 사업이 가능해졌다.
후속입법도 속속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공유주방의 정의를 신설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유주방 사업모델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근거도 마련됐다. 기존에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하고 싶어도 대기환경보전법상 보조금을 지급받은 폐배터리는 지자체에 반납해야만 해 민간 차원에서 활용이 어려웠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캠핑용 파워뱅크로 재활용하는 사업모델을 추진 중이었던 굿바이카가 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다행히 대기환경보전법, 자원순환법 개정안이 지난 해 12월 나란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전기차 폐배터리의 지자체 반납 의무가 사라지고, 회수, 보관, 재활용을 위한 거점수거센터가 생기게 됐다. 아직 성능기준 마련 등 추가로 정비되어야 할 법령이 남아 있지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첫걸음은 뗀 셈이다.
남준희 굿바이카 대표는 “전기차 폐배터리는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지만 낡은 법률에 막혀있었다”며 “다행히 상의에서 특례승인은 물론 꾸준히 후속입법에도 노력해주신 덕분에 관련 산업이 성장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샌드박스 승인 사업자들의 사업중단 우려를 덜어주는 입법도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특례 승인을 받아도 후속 법령정비가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특례기간 만료 이후엔 사업이 중단될 위험이 있었다.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른바 ‘샌드박스 3법’이 국회에 발의되었고, 금융혁신지원법 개정안이 지난 3월, 산업융합촉진법,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이 5월 각각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6월 공유미용실 사업을 승인받은 제로그라운드 김영욱 대표는 “샌드박스 특례 기한이 만료되면 사업이 중단될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샌드박스 3법 개정을 통해 승인기업들의 큰 고민이 하나 줄어 보다 더 사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