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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도 못내는데…” 중기대출, 1년새 50조 늘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1.06.11 06:01
수정 2021.06.10 13:33

5월말 기준. 5대은행 중기대출 잔액 약 521조원

이자상환유예금 422억원...‘좀비기업’중 9곳 중기

시중 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 연합뉴스

올해 들어 500조원을 돌파한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심상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중소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대출 전략과 맞물리며 잔액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자도 못내는 ‘좀비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인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에는 대선을 앞두면서 중소기업 이자 상환 유예 연장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상황이다. 연내 인플레이션 등으로 금리인상도 거론되고 있다 은행권 부실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자영업자(소호)를 포함한 중소기업대출잔액은 521조1891억원으로 코로나19이후 최대치를 갱신했다. 지난해 말 대비 약 24조원, 전년동기대비 49조8271억원 늘어난 것이다.


5대 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으로 1년 넘게 지속 증가했다. 올해 1월에는 502조9000억원으로 500조원을 돌파한 이후, 2월 505조9350억원, 3월 510조3499억원, 4월 516조9139억원, 5월 521조1891억원으로 꾸준히 불어났다.


이같은 중기대출 증가세는 가계대출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규제 속에 주춤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5월말 기준 5대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광풍이 끝나며 전월보다 약 3조원 줄어든 바 있다. 같은달 대기업 대출규모 잔액도 지난해 말보다 1조1775억원원 감소했다.


중기대출 규모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중소기업 지원책에 힘입어 지난해 4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금융지원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대출만지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시행해왔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도 중기대출 확대를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은 정부의 대출 조이기로 가계 여신을 늘리기 어려워지자 중기대출로 눈을 돌렸다. 현재 은행들은 신용대출 증가폭을 매월 2조원대로 관리하는 중이다. 더불어 정부는 은행권에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수준을 고려해 은행에 ‘경기대응 완충자본’을 쌓도록 했다. 가계대출 비중이 높을수록 자본 적립액이 늘어나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바젤Ⅲ 도입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은행들은 바젤Ⅲ 조기 시행을 조건으로 중기대출 비중을 전체대출의 50~60%까지 올리기로 약속한 바 있다. 주식 투자 열풍 등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한 만큼, 기업 대출을 늘려 이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기업들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늘리다보니 부채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이 34.5%로 8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는 능력을 뜻한다. 100% 미만이면 사업 경쟁력을 상실한 수준으로 간주한다. 좀비기업 10곳 중 9곳은 중소기업(86.7%)로 집계됐으며, 중소기업 중 좀비기업 비중도 29.9%로 전년보다 2.9%p 증가했다.


이에 따른 리스크도 늘어나고 있다.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0%대이지만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에 따른 착시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자상환 유예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다. 5대 은행의 5월까지 이자상환유예 규모는 422억5000만원이다. 지난 1월까지 전체 금융권의 이자상환 유예 규모가 1637억원이다. 인플레이션, 물가상승 등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중소기업의 이자상환 유예가 부실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계감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충당금을 많이 쌓긴 했으나 이자상환 유예를 하면서 이자를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지 데이터도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이자상환유예 연장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중기 연체율 모니터링을 더욱 꼼꼼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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