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격랑 속 화약고로 떠오른 대만, 인도·태평양 린치핀 韓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1.06.07 14:38
수정 2021.06.07 14:38

美, 군용기 통해 대만에 코로나 백신 공급

中매체 비난, 백신 원조로 위장한 군사교류

대만해협 충돌지수 7.21, 국공내전직후 6.70

한미공동성명에 ‘대만해협’ 명시...난처한 韓

최근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을 ‘인도ㆍ태평양과 전 세계 평화번영의 린치핀(핵심 축)’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한국의 공식적인 입장은 양안관계(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정부가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을 처음으로 명시하는 등 한미동맹을 대폭 강화하는 상황에서, 미중 사이 한국의 줄타기 외교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일 미국은 대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공급했다. 민주당 태미 더크워스, 크리스토퍼 쿤스, 공화당 댄 설리번 등 상원의원 대표단 3명은 군용기를 통해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미국산 백신 75만회분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7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상원위원의 대만 방문에 “코로나19 백신 원조로 위장한 미국-대만간 군사교류”라며 비난했다.


최근 미국은 대중견제 수단으로서 전방위적으로 대만을 지지하고 있다. 동맹국들의 지지도 이끌어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4월 미·일 공동성명, 5월 한·미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문구를 명시했다.


중국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일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직후에 각각 “대만은 중국의 영토이며 중국은 어떤 나라도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내정간섭이다. 공동성명 내용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신경전이 격화하면서 대만해협이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양안아카데미는 대만해협의 무력 충돌 위험 지수를 7.21로 집계했다. 이는 국공내전 직후(6.70)보다 높은 수치다.


만약 대만에서 미중 군사충돌이 일어난다면 일본과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미와 한일 공동성명의 대만해협 명시는 대만의 평화가 위협받을 경우 한미, 한일이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당장 일본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한미정상회담의 한국의 미사일지침 폐기 역시 이러한 동북아지역의 심상치 않은 정세를 염두에 두고 나왔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난처해지고 있다. 미국은 쿼드 동맹국인 호주와 일본을 각각 인도·태평양 동맹의 앵커(닻)와 코너스톤(주춧돌)으로 칭했다. 한국은 인도ㆍ태평양과 전 세계 평화번영의 린치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대만해협에서 미중 군사충돌이 발생했을 때, 한국이 연루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자발적 동의 없이 그들 간의 충돌에 자동 연루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도 전략사고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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