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구체적으로 상상한다
입력 2021.06.03 01:02
수정 2021.06.03 00:06
이준석 돌풍을 대하는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
'이준석 안 된다' → '이준석 될까' →'이준석 된다면'
'중진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불고 있는 '이준석 열풍'을 대하는 국민의힘 구성원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다"며 지켜봐왔다면, 이제는 좀 더 진지하게 '이준석 당 대표'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2일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이준석 돌풍'이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이준석 후보의 당선이 정말 가능한가에 대한 논의가 진전돼, 현실화할 가능성을 전제로 '30대 당대표'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내에서는 당장 이준석 후보가 정말 당 대표가 될 경우 △친분이 있는 유승민 의원과 악연이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주호영 의원은 이날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유승민계' 논란에 대해 직격했다.
그는 "특정 후보와 친분관계가 있다든지 아주 안 좋은 악연인 사람은 (대표를) 맡아선 안 된다"며 "공정도 중요하지만 관련 있는 사람이 '공정하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별한 관계가 있는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분란은 끊임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논의는 이 전 최고위원의 경쟁자인 다른 후보들의 입을 통해 제기됐지만, 실제로 내부적으로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준석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어려워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대비를 하고 있다"며 "다만 우리 입장에서는 자세를 너무 낮춰 합당하는 것을 바라진 않아서, '이준석 대표'의 이점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원내 경험이 없는 30대가 당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선, 다수의 내부 인사들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지나친 인적 쇄신으로 당 조직이 흔들릴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의원은 이에 대해 "당 요직을 원외와 초선으로만 다 채우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며 "혁신도 좋지만,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당 중진들의 지혜도 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적 쇄신의 연장선상에서 그의 △실력주의 담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의원은 이와 관련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가 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냐'며 불안에 떨고 있는 당협위원장 등이 실제로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에는 똑똑하지 않은 당원들도 많지만, 그렇다고 우리 당을 한결같이 지켜 온 그 분들이 나쁜 분들이냐"며 "이들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해야 하는 것이 당 대표의 자리"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편에선 '중진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하다. 당 대표 선거가 당원 70%의 비중으로 치러지는 만큼, 상당한 당원 표를 획득한 중진들 중 누군가가 '중도 사퇴'로 다른 후보에 힘을 실어줄 경우 판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비경선에서 이준석 후보의 총 득표율은 41%로, 나경원 후보(29%)와 주호영 후보(15%)가 연합하면 역전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나주 동맹'이 현실화할 것인가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당사자들은 '중진 단일화'에 대해서 단호하게 거부하는 입장을 밝혔다. 주 후 보는 이날 국민의힘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중진 단일화에 대해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