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vs 나경원·주호영' 실력주의 논쟁 가열…"공정" vs "위험"
입력 2021.06.02 14:59
수정 2021.06.02 15:33
이준석, 인위적 할당 폐지 골자로 한 '실력주의' 내세워
나경원·주호영, 합심해 비판…"엘리트주의가 공정 해쳐"
이준석 "사람을 거르기 위한 의도 아냐…능력 향상 권장"
당 안팎 의견 분분…"대중 정서 부합" vs "李, 적임자 아냐"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경선의 '3강'으로 분류되는 이준석·나경원·주호영 후보의 설전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준석 후보가 '공정 담론'을 바탕으로 내세운 '실력주의 위주의 정당 운영' 방침에 대해 나경원·주호영 후보가 문제를 제기하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준석 후보가 내세운 '실력주의 담론'의 주요 골자는 향후 당직 인선 및 공직선거 공천 과정에서 여성·청년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인위적으로 배분되던 '할당 쿼터'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토론 배틀' 및 '공천 자격시험' 등을 도입해 인위적인 차별을 없애고 오로지 개개인의 실력을 바탕으로 인사를 진행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모든 공직선거 후보자를 대상으로 자료해석·독해 분야 등의 이 후보는 전당대회 핵심 공약으로 정치인을 공천할 때 자격시험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지방선거부터 모든 공직선거 후보자를 대상으로 자료해석·독해·표현·컴퓨터활용 분야 능력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2일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자신의 공약에 대해 "능력주의가 아니면 우리가 소위 '조국 사태'로 얘기하는 것처럼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거의 유일한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단, 이 후보의 '실력주의 담론'을 바라보는 중진 후보들의 시선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나경원·주호영 후보는 같은 날 이 후보의 공약에 일제히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나경원 후보는 이날 교통방송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준석 후보가 '혐오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실력을 우선해 20대 남성들의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되레 또다른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는 "이준석 후보는 할당제 같은 부분이 오히려 공정한 경쟁이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청년이 쉽게 정치권에 참여하기 어렵다면 그 길을 보정해주는 게 공정을 실현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무조건적인 실력주의, 엘리트주의가 오히려 공정을 해친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거꾸로 가는 것"이라 말했다.
주호영 후보도 가세했다. 그는 이날 "이준석 후보는 모든 것을 공정하게 경쟁하고 시험 치자는 입장에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나올 우리 당 후보들까지도 자격시험을 치자고 하는 것"이라며 "공정·경쟁·자유 이런 것이 보수정당의 가치이긴 하지만 너무 그것만 강조하면 경쟁구조가 불합리하다든지 경쟁에서 소외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라 했다.
또 "무조건 실력으로 성적으로 평가하고 '이기는 사람으로 가는 것이 공정하다'는 건 신자유주의적인 발상이다. 대단히 위험한 것"이라며 "우리 정당이 지금까지 너무 경쟁에만 치중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은 측면이 있다. 무조건 시합을 붙이거나, 시험 쳐서 이기는 사람으로 하자는 건 외형적으론 공정해 보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또 다른 불공정'을 안고 있는 것"이라 덧붙였다.
이준석 후보는 중진 후보들의 비판에 대해 "이건 사람을 거르기 위한 의도가 아니다. 상당히 많은 부분들에 있어 자격기준을 제시하는 것이고, 그래서 그 능력을 키우도록 권장하는 의미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당 안팎 시선 분분…"실력주의, 대중 정서 부합" vs "얘기 꺼낼 적임자 맞나"
당 안팎에서도 실력주의 논쟁을 바라보는 시각은 분분하다. 이준석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점 자체가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의 화두를 담아낸 '실력주의 담론'이 대중에 통한 것이라 보는 긍정적 시선과 아직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부정적 시선이 혼재한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실력주의가 민심과 동떨어진 주장인지 아닌지는 이준석 후보에 대한 지지율에서 살펴볼 수 있지 않는가, 공정의 가면을 쓴 기득권의 불공정에 지친 대중에게 개개인이 가진 능력을 중시한 실력주의가 해묵은 공정 논리를 압도하는 것"이라며 "시류에 적절하게 올라타 내어 놓고 있는 이준석 후보의 담론이 대중의 정서에 부합하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반면 한 중진 의원은 "실력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이준석 후보 본인은 정작 '당대표'로서 실력을 보여준 적이 있는가, 논의는 그 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말하고자 하는 방향과 가치관 자체는 좋지만 이 후보가 그 얘기를 꺼낼 적임자인 지 여부엔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