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으로 덜컥 분양부터?"…사전청약 코앞, 토지보상 '잡음' 여전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1.06.03 05:06
수정 2021.06.02 18:16

연말까지 3기 신도시 5곳서 9400가구 규모 사전청약 진행 예정

고양창릉·부천대장·남양주왕숙 등 토지보상 '지지부진' 공급계획 지연 우려

정부가 다음 달 인천계양을 시작으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 본격 돌입한다. 이를 시작으로 하반기부터 수도권 공공택지 내 공공분양주택 3만200가구 사전청약을 진행, 청약 대기수요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계획대로 사전청약을 진행하더라도 일정대로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 2일 국토교통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을 통해 3기 신도시 최초로 인천계양 신도시 지구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7월 인천계양에서는 공공분양주택 2개 단지, 1050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이 시행된다.


인천계양에는 약 1만7000여가구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 중 6066가구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공공분양주택은 2815가구 규모이며 이번에 사전청약하는 물량은 이 중 일부다. 2023년 본청약을 거쳐 2025년 입주를 목표로 한다.


국토부는 나머지 신도시에 대해서도 10월까지 지구계획을 모두 확정하고 순차적으로 사전청약에 돌입할 예정이다. 10월 남양주 왕숙2(1400가구), 11월 하남교산(1000가구), 12월 남양주왕숙(2300가구)·부천대장(1900가구)·고양창릉(1700가구) 등이 대기 중이다.


이들 지구를 포함해 올 하반기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 물량은 총 3만9000가구다. 정부는 이를 통해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앞당기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3기 신도시를 둘러싼 잡음이 여전해 계획대로 공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LH 투기 관련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았고 토지보상 문제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인천계양의 토지보상 진행률은 60%, 하남교산은 84% 수준까지 올라왔다. 사전청약이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인천계양의 경우 토지보상이 원활하게 이뤄지더라도 문화재가 변수로 떠오른다.


이곳 사업지 334만9214㎡ 부지 가운데 86만7669㎡에서 삼국시대와 고려·조선시대 유물이 다수 발견됐다. 문화재 발굴 조사 기간이 상당 시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은 토지보상 절차가 속도를 내기 힘들어 보인다.


고양창릉, 부천대장, 남양주왕숙 등 신도시에 대해선 대토보상 계획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가 최근 대토보상을 노린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토지주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신도시 예정지 내 토지소유주에게 주어지는 협의양도인택지는 공공택지 발표일 1년 전부터 토지를 소유하는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지금은 수도권 기준 보유 토지 면적이 1000㎡ 이상이면 실거주 여부나 보유 기간을 따지지 않는다.


국토부는 3기 신도시는 어느 정도 보상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제외하고 내년 1월1일 이후 보상계획이 공고되는 지구부터 이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LH 투기 의혹이 계속되는 만큼 언제 규제에 포함될지 알 수 없다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남양주 왕숙의 한 주민은 "대토보상계획이 빨리 나와야 땅주인들도 그 다음 스텝을 생각할 텐데 정작 토지주들에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주지 않고 사전청약에 나서겠다고 하니 혼란스럽다"라며 "이러다가 또 언제 규제로 묶겠다고 할지 어떻게 믿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전청약에 앞서 선행돼야 할 보상문제가 지연될 경우 정부 계획대로 주택공급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 거란 견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실질적으로 분양 권한이 없는 정부가 남의 땅으로 사전청약을 한다고 하니 불거지는 문제"라며 "법을 소급적용하지는 못하겠지만 토지주들이 우려하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지보상 문제로 향후 분양 일정대로 사업이 진행이 되지 않으면 사전청약 받은 사람들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천계양, 하남교산도 마찬가지 토지수용이 안 된 상탠데 연말까지 분양을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토지보상을 놓고 합의가 늦어지면 공급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나라에서 강제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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