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일' 효과? 에쓰오일, GS·오일뱅크 누르고 내수 2위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1.05.24 13:38
수정 2021.05.24 15:02

에쓰오일 1Q 경질유 점유율 23.2%…GS칼·오일뱅크 보다 높아

거래처 관계 강화 및 차별화된 브랜드 마케팅 효과 '톡톡'

정유사, 기존 사업 외에 배터리, 충전소 등 非정유 경쟁력 확보

'구도일' 효과일까? 에쓰오일(S-oil)이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를 제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최근 수 년간 타 정유사들의 점유율이 '현상유지'에 그치거나 하락한 반면 에쓰오일은 기존 거래처와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주유소 충전소 등 판매망을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국내 시장 장악력을 크게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24일 한국석유공사(KNO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정유사의 내수 경질유 시장점유율은 SK에너지 29.9%, 에쓰오일 24.2%, GS칼텍스 23.6%, 현대오일뱅크 20.3%였다. 경질유는 휘발유, 등유, 경유 3개 유종이 대상이다.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내수 시장 점유율 21.5%로 정유 4사 중 최하위권에 머물던 에쓰오일은 지난해 말 점유율이 23.7%로 성장하며 GS칼텍스(23.5%), 현대오일뱅크(21.2%)를 누르고 SK에너지(29.9%)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013년 당시 점유율이 15.6%였던 것과 비교하면 8.6%p 상승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은 "내수 경질유 시장 점유율 상승은 기존 거래처와의 유대 관계 강화, 주유소 충전소 등 판매망 확대, 차별화된 브랜드 마케팅 활동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에쓰오일은 2012년 좋은 기름(Good oil)에서 이름을 딴 '구도일' 캐릭터를 도입하며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매력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동글동글한 생김새에 기름을 상징하는 노란색을 띈 구도일은 에쓰오일이 정유업계 최초로 선보인 캐릭터다.


구도일은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정유기업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개선시키는 데 역할을 하면서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타 정유사들 보다 낮았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정유사들 중 소비자 대상 석유제품 브랜드를 광고하는 건 에쓰오일이 유일하다.


에쓰오일은 현재까지도 구도일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총 9개의 에피소드를 담은 구도일 애니메이션 시즌2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공개했다.


2017년에 공개된 시즌1은 구도일 패밀리가 공해를 일으키는 몬스터카로 도시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악당(야누스 박사)과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내용으로, 유튜브 채널 누적 조회수는 350만회를 넘어섰다.


차별화된 캐릭터 마케팅 뿐 아니라 인프라 확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에쓰오일은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에 종합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대형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인 '파주 운정드림 주유소/충전소'를 열었다.


기존 4개의 주유소/충전소를 약 3000평의 부지를 가진 초대형 주유소/충전소로 리모델링한 것으로 주유와 충전 뿐 아니라 세차, 편의점, 휴식 시설 등 다양한 부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의 이용률을 늘림과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에쓰오일이 판매 네트워크 구축, 거래처 및 고객 관계 강화, 저비용 고효율의 광고 등을 통한 브랜드 가치를 제고한 반면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의 점유율은 꾸준히 감소했다.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30%를 넘어섰던 SK에너지는 2017년 32.0%에서 2019년 31.0%로 하락한 뒤 지난해와 올해 1분기엔 29.9%로 떨어졌다.


SK에너지에 이어 두 번째로 점유율이 높았던 GS칼텍스는 2016년 25.6%를 기록하며 현대오일뱅크(21.8%), 에쓰오일(19.7%)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으나 지난해 23.5%, 올해 1분기 23.6%를 각각 기록하며 에쓰오일에게 2위 자리를 내줬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2015년 22.2%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점유율이 하락하며 올해 1분기엔 20.3%까지 떨어졌다. 이에 대해 현대오일뱅크는 "수익성 위주의 판매로 작년(21.2%) 대비 0.9%p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유사들은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발 맞춰 기존 정유 사업 보다는 배터리, 윤활유, 전기·수소 충전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라 전국 주유소 및 충전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초급속 충전기를 선제적으로 설치·운영중이다. 아울러 자회사인 지에스엠비즈가 운영하는 경정비점 '오토오아시스'를 통해 주유에서 차량정비까지 고객을 위한 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11월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중질유석유화학시설)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사업 일환으로 블루수소·화이트바이오 사업 등에 진출해 친환경 사업 이익 비중을 현재 15%에서 70%로 늘리는 한편 정유 사업 매출은 기존 85%에서 45%로 대폭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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