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㊶] 올데이온, MZ세대의 대표 작곡팀을 꿈꾼다
입력 2021.05.22 14:00
수정 2021.05.25 12:45
'박성실씨의 사차산업 혁명' OS T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로 데뷔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올데이온(All day on)은 2019년 정범수, 정해권으로 구성된 2인조 작곡팀이다. 같은 대학교 실용음악과에서 만나 당시 교수였던 투챔프 하승목의 제안으로 함께 음악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피아노와 화성학에 강한 정범수와 미디를 전공한 정해권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본 하
승목의 선구안이었다.
팀을 하기로 결정한 후 두 사람은 서울 신림동에 방을 얻어 함께 먹고 자며 본격적으로 작업에 매진했다. 1999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서로 알게 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서로가 배려하는 성격으로 큰 충돌 없이 작업을 해내가고 있다. 현재는 1년 동안의 동고동락을 끝내고 각자의 본가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또래들끼리 지내다보면 싸울 법도 한데 둘 다 무던한 성격이라서 잘 맞는 것 같아요. 음악적인 면에서도 서로 의견이 다르면 직접 해보면서 조율해 나가요. 음악적으로 둘의 의견이 갈라지면 더 좋은 걸로 하는 방향으로 해요. 의견이 충돌한다는 건 더 좋은 걸 만들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는 않아요. 일단 서로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음악을 만들고, 대중입장에서 들었을 때 어떤게 좋을 것 같은지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해요. 깔끔하게 서로의 결과물을 인정해요."(정해권)
"지금은 따로 작업하니까 더 효율적인 것 같아요. 같이 살 때는 장비가 해권이 밖에 없어서 하나로 작업했거든요. 지금은 해권이가 드럼을 찍고 있을 때 제가 코드를 짜거나 악기를 고른다든지 같은 시간에 분업이 가능해서 좋아요."(정범수)
올데이온은 CJ EMN 오펜 뮤직 신인 작곡가 2기 공모전에 합격해 교육과 멘토링을 받았다. 이후 tvN 드라마 스테이지 '박성실씨의 사차 산업혁명' OST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로 데뷔했다.
"오펜 공모전 공고를 보고 60일이 남았길래 나중에 지원해야지 생각만하고 잊고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생각나서 다시 공고를 봤는데 마감날이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신청하자 싶어서, 작업했던 곡을 넣었어요. 운이 좋게 1차에 합격했죠."(정범수)
"2차는 송캠프 면접이었는데 현장에 가보니 저희가 막내였고 이미 데뷔한 분도 있고 다들 실력이 쟁쟁하더라고요. 그래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어요. 송캠프 면접은 다른 팀과 연합해서 곡을 만드는 거였는데 저희랑 팀을 한 분들이 또 멜로디를 굉장히 잘 만드시더라고요. 2차도 좋은 분들을 만나운이 좋게 통과했어요."(정해권)
오펜 뮤직 소속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데모곡과 교육, 멘토링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로 오랜 만에 일상에 활기가 돌았던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믹스 특강도 있었고 프로 작곡가 분들이 오셔서 특강해주시니까 기술적으로 엄청 도움이 됐어요. 우리끼리 연구하는 법도 깊어졌고요."(정범수)
"사실 그전까지는 우리는 둘만 아는 '방구석 작곡가'였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작업하는지 보고 들으니까 즐겁더라고요. 코로나19로 많이 못 모여서 아쉬웠어요. 음악을 하면서 '이런 재미도 있구나'란 것을 알게 해준 시간이었어요."(정해권)
최근 데뷔에 성공한 올데이온. 오펜 뮤직에서 만난 다른 작곡가들보다 데뷔가 조금 늦은 편이라 확정되기까지 초조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는 송캠프에서 만들었던 노래인데, 우리 노래만 안되고 다른 사람들은 다 데뷔하는 것을 보며 시무룩했어요. 늦게나마 팔려서 '우리도 이제 인스타그램에 노래 올릴 수 있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그 동안 다른 사람들 데뷔 글에 좋아요만 눌렀거든요."(정해권)
"오펜 뮤직에서 다른 작곡가들보다 늦게 곡이 팔리긴했지만 올데이온 자체로는 데뷔가 늦진 않았어요. 어린 나이에 좋은 기회들이 주어진 것 같아요."
올해로 스물 세살이 된 두 청년은, 작곡가로서 진두지휘해야 할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녹음실에서 가수에게 노래의 방향을 위해 디렉션을 해야하고,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소통도 업계 사람들과 끊임없이 해야 한다.
"얼마 전 걸그룹 디렉션을 처음으로 해봤는데 걱정을 하긴 했어요. 그런데 하다보니까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위해 세세하고 꼼꼼해지더라고요. 조금 더 많이 경험을 쌓고 익숙해지면 이런 일에도 금방 적응할 것 같아요."(정해권)
올데이온은 투챔프(황규현 하승목)가 설립한 얼라이브네이션 소속이다. 올데이온은 투챔프가 자신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준다며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 우리는 너무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이런 운이 왜 우리에게 오는건지 신기할 정도랄까요. 투챔프 형들이 항상 우리에게 득이 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제시해줘요. 특히 소속감이 있어서 든든해요."(정범수)
"음악적으로 리드를 받고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그 동안은 우리끼리 가상의 리드를 만들어 작업했거든요. 막연하게 음악을 하고 있었던거죠. 그런데 형들이 데모곡을 저희에게 넘겨주고, 소속사에 전달하는 부분까지 케어해주니 음악 외적으로 신경쓸게 많이 없어요.(정해권)
올데이온은 트렌디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음원차트보다는 최신차트를 들여다보고 악기 리뷰 영상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최신차트에 있는 아이돌이나 인기 가수의 곡을 다 듣다보면 '나도 이런 곡을 만들고 싶다'란 기분 좋은 자극을 받아요. 음원차트는 한창 사재기 논란 이슈가 있던 후로는 잘 안봐지게 되더라고요."(정해권)
"저는 유튜브에서 새로운 악기나 이펙터를 소개해주는 영상을 다 챙겨봐요. 요즘은 세상이 번역도 잘 되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걸 보며 우리 음악에 어떻게 적용을 할까를 생각해요. 트렌드를 전방위적으로 파악해서 MZ 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하고 싶어요."(정범수)
올데이온은 인터뷰 하는 동안 팀의 탄생과 성과를 '운이 좋았다'고 겸손을 표했다. 주변으로부터 많은 기회를 제공받은 만큼, 조금 더 성장한다면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선배가 되고 싶단 바람을 전했다.
"받은만큼 돌려주고 싶어요. 음악을 하고는 싶은데 인맥이나 방법, 기회 등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마음을 너무 잘 알거든요. 저희는 정말 운이 좋았어요. 이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올데이온이 되겠습니다."(정범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