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전략] 램리서치 이어 ASML도…韓 글로벌 반도체 허브 부상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입력 2021.05.14 06:00
수정 2021.05.14 11:03

ASML 화성에 2400억 투자…극자외선 클러스터 구축

국내 기업과의 시너지 기대…EUV 등 첨단 기술 활용

인프라 좋아 투자 매력적…장비연합기지 역량 높아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에 이어 ‘슈퍼을’로 불리는 ASML까지 국내 투자를 확정 지으며 한국의 ‘글로벌 반도체 허브’ 위상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K-반도체 벨트 형성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와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경쟁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노광 장비 업체 ASML의 국내 투자 확정으로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와 전략적 협업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첨단장비 연합기지 구축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ASML은 오는 2025년까지 경기 화성에 2400억원을 투자해 재제조 공장과 트레이닝센터를 포함한 극자외선(EUV)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ASML은 5나노미터(nm,1nm는10억분의1m) 이하의 미세공정 반도체를 제작하기 위해 필수적인 EUV 노광 장비를 전세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EUV 기술은 반도체 웨이퍼 원판에 빛을 쪼여 회로 패턴을 그리는 노광공정에 활용되는데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한다. 기존 액침불화아르곤(ArF)의 광원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아(10분의 1 미만) 반도체에 미세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데 유리하고 성능과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때문에 미세공정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와 TSMC 등 글로벌 기업 간 EUV 노광장비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인 상황에서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직접 방문해 EUV 장비 확보에 공을 들였다.


ASML에 앞서 세계 3위 반도체 장비 업체 램리서치도 경기도 용인에 연구개발(R&D) 센터 투자를 결정했다. 2023년 상반기 용인지곡일반산업단지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하기 위한 제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램리서치는 현재 한국에 제조 법인을 갖추는 등 한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국내로 모여드는 것과 관련해 반도체 클러스터가 잘 구축돼 있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실제 ASML도 훈련센터 건립을 두고 한국과 대만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선도업체가 다수 포진한 한국을 최종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ASML이 대만과 조율했지만 한국을 선택했다”며 “이런 회사가 국내로 오는 이유는 클러스터가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장비연합기지로서 한국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ASML과 램리서치가 반도체 경쟁력의 근간이 될 수 있는 R&D에 집중 투자한 만큼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여기에 정부의 K-반도체 전략 발표를 계기로 더 많은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국내 투자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실리콘웨이퍼와 포토 레지스트, 쿼츠, 특수가스등 첨단 소재산업 유치를 통해 장비연합기지 역량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패권다툼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잇따른 투자는 한국의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며 “EUV 등 핵심 기술을 통해 국내 기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K-반도체 전략을 통해 국내에 세계 최대·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판교와 기흥~화성~평택~온양의 서쪽, 이천~청주의 동쪽이 용인에서 연결돼 ‘K자형’ 모양을 띠고 있어 ‘K-반도체 벨트’로 명명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벨트 내 지역별로 제조, 소부장, 첨단장비, 패키징, 팹리스 관련 기업들이 들어서거나, 이미 있는 곳은 투자를 늘린다. 판교 부근에는 '한국형 팹리스 밸리'가 새로 조성된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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