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99%가 '아날로그'…전산화 도입 논의 탄력
입력 2021.05.09 19:32
수정 2021.05.09 19:34
전체 실손 청구 7944만건 가운데 9만건만 '데이터 전송'
국회, 10일 '청구 전산화' 공청회 개최…절충안 마련 관심
실손의료보험 청구 방식이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전반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보험업계, 정치권을 중심으로 청구 전산화 방식이 하루 빨리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실손보험 청구 건수 가운데 데이터 전송에 의한 전산 청구는 9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1년 동안 집계된 전체 실손보험 청구 건수인 7944만4000건의 0.1%에 그친 규모다.
청구 형태별로는 영수증 등 증빙서류 사진을 찍어 보험사나 핀테크업체의 보험 애플리케이션·웹사이트로 전송한 방식이 34.2%로 가장 많았다. 이 방식은 앱을 이용하지만 사진을 전송하는 것일 뿐 결국 보험사가 다시 데이터로 전환해야 해 전산 청구로 볼 수 없다. 또 이 방식을 사용할 경우 의료기관·보험사들은 상당한 행정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팩스로 보험금을 청구한 비중은 27.5%를 기록했다. 보험설계사를 통하거나 보험사를 직접 방문하는 청구 형태도 각각 17.3%, 10.9%씩을 차지했다. 이처럼 완전한 아날로그 방식 비중은 전체의 59.6%에 해당했다. 종이서류를 사진으로 촬영하는 '부분적 디지털 방식' 비중인 40.2%를 상회하는 규모다.
보험업계에서는 이 같은 아날로그 실손보험금 청구 방식이 가입자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입자가 실손보험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병원에서 종이서류를 발급받은 뒤 보험설계사, 팩스, 방문, 우편으로 청구하거나 사진을 찍어 전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청구 과정 탓에 진료비가 소액인 경우 청구를 포기하는 가입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금융소비자연맹 등이 외부 조사기관에 의뢰한 인식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실손보험 가입자 절반이 진료비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완전히 전산으로 청구된 것으로 나타난 0.1%의 사례도 그나마 2018년보다 60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일부 대형병원과 보험업계가 별도로 제휴를 추진해 전산 청구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에 있는 소형 의료기관까지 일일이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보험업계는 정부와 꾸준히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시도했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실패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금 청구가 전산화되면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 등 상세한 의료행위 정보가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과거 건강보험처럼 비급여 정보가 노출될 경우 보험금 지급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에서는 청구 전산화 법안에 청구 데이터를 다른 목적으로 조회하거나 활용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포함했지만 의사단체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지난달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구 전산화법을 다시 한 번 발의하면서 도입 논의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김 의원은 오는 10일 국회에서 청구 전산화 공청회를 개최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