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표되면 뭐든한다…가상화폐도 '오락가락'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1.04.30 01:00
수정 2021.04.30 09:56

부동산은 적폐로 몰았는데, 성난 '청년민심'에 갈피 못잡아

야당은 TF구성해 논의 시작…"제도적 장치 만드는게 먼저"

암호화폐(가상화폐) 대책을 둘러싼 여권 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정책당국은 "가상자산에 과세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지만, 여론 역풍을 우려한 여당 내에선 "과세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화폐 투자수익에 20%를 세금으로 물리겠다고 밝혀 "제도적 보완장치도 없이 세금부터 걷는다"는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과세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고용진 의원은 "(과세시기를) 늦추는 게 옳은지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가상화폐 논란은 4.7보궐선거에서 확인된 청년들의 성난 여론과도 맞닿아 있어 만만치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모든 정책의 선거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표심 논리에 따라 정책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당 내에선 부동산 정책을 두고도 뜯어고치자는 쪽과 기존 정책기조를 지켜야한다는 의견이 맞서며 혼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당분간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기도 했다.


'투기성자산' 규정하더니 이제와 "왜 투자하는지 고민해보자"


정부여당이 부동산 투기를 '적폐'로 규정한 기조대로라면 가상화폐 투자는 좌시해선 안 될 '돈놓고 돈먹기'에 가깝다. 그동안 정부가 가상화폐를 통화 가치가 없는 투기성 자산으로 규정하고 제도권 진입을 가로막아온 것도 이 같은 인식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여권이 내년 대선에서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면서 정책 뒤집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내에선 "가상화폐는 로또가 아니라 주식에 가깝다(노웅래 의원)"는 얘기까지 나왔다.


결국 여당의 주도로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는 대선 이후로 미뤄지고, 제도권으로 진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은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가상화폐가 2030 청년들에게 자산 형성의 사다리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청년들이 왜 가상화폐에 투자하게 됐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가상화폐를 기존 화폐나 금융 상품처럼 취급하는 나라는 없다"며 "정부 입장에선 2030세대가 여기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를 그냥 방치해둘 순 없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난 28일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합리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청년들이 하나의 돌파구로 하고 있는 일을 전면적으로 봉쇄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끝내 가상화폐에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며 "불공정 행위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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