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없어서 못 팔아”…케이팝에 스며든 한복, 전 세계가 주목
입력 2021.04.15 13:26
수정 2021.04.15 13:26
문제부, 아이돌이 입었던 한복으로 전시회 개최
케이팝 가수들의 무대에선 가사와 퍼포먼스, 세트, 작은 소품들까지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가 된다. 의상도 마찬가지다. 그저 예쁘고 화려한 것이 아닌, 무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철저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 면에서 한복은 여러 의상들 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끈다. 한국의 전통적인 의상을 변형하거나, 한복의 특성을 의상에 적용하는 등 최근 케이팝 가수들의 무대에서 한복을 모티프로 한 의상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에서 옛것으로 치부되던 한복이 새로운 것으로 인식되는 효과와 함께 해외 네티즌에겐 한국 전통 의상을 알릴 수 있는 효과를 동시에 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이런 움직임을 인식해 ‘케이팝X한복’이란 이름으로 지난 13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전시에는 방탄소년단, 오마이걸, 지코, 청하, 골든차일드, 모모랜드, 에이티즈, 카드 등 한류 아이돌들이 뮤직비디오나 무대 의상으로 실제 입었던 한복 25벌을 전시한다.
문체부의 이번 전시 대상은 국내 팬들은 물론 해외 팬들까지 아우른다. 실제로 해외 팬들 사이에서 한복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정국은 개량한복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은 물론, 해외 일정으로 인한 출국길에 개량한복을 입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고, 심지어 후배들의 선물로도 개량한복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효과는 무서웠다. 정국이 입었던 개량한복 브랜드는 이제 없어서 팔지 못하는 수준이다. 전세계 팬들의 구매가 이어지면서다.
방탄소년단은 일찍이 한복 등 한국의 문화를 무대에 접목시켰다. 앞선 2018년 방탄소년단은 ‘아이돌’ 뮤직비디오에서 한복 의상을 입었다. 기와집을 배경으로, 탈춤을 연상시키는 전통 춤사위, 부채 등의 전통 소품으로 한국의 미를 알렸고, 같은 해 멜론뮤직어워드에서도 한복을 입고 무대를 꾸몄다. 또 미국 NBC ‘지미팰런쇼’에 한복을 입고 출연한 직후엔 현지 SNS 실시간 트렌드에 ‘HANBOK’(한복)이 등장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도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D-2’의 타이틀곡 ‘대취타’를 통해 임금의 사무복이었던 곤룡포를 입었다. ‘대취타’는 왕이 행진할 때 쓰이는 전통 군악인 대취타를 샘플링해 만든 곡으로, 전통악기 소리는 물론 조선의 궁궐을 배경으로 전통음악인 판소리도 흘러나온다. 이 곡 역시 빌보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한국의 음악과 의상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블랙핑크 역시 ‘지미팰런쇼’에서 변형된 한복 의상을 입고 무대를 꾸몄다. 뮤직비디오 후반 군무 신에서도 한복 의상이 군무의 웅장함과 어울리며 신비한 조화를 끌어냈다. ‘지미팰런쇼’와 뮤직비디오를 본 전 세계의 수많은 팬들은 한복 의상에 즉각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블랙핑크와 비슷한 퓨전한복을 입은 해외 팬들의 커버영상도 등장했다. 블랙핑크의 해당 뮤직비디오가 발매된 다음날엔 의상을 제작한 브랜드 사이트에는 4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몰려든 것으로 전해진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외에도 마마무, 빅스, 오마이걸, 지코와 강다니엘, 모모랜드, 에이티즈, 청하, 골든차일드 등 많은 한류 가수들이 한복을 무대 의상, 혹은 뮤직비디오, 화보 등의 의상으로 사용했다.
뉴욕 타임즈도 이런 케이팝 아이돌의 의상 변화에 집중했다. ‘A centuries-old Korean style gets an update’(수세기가 넘은 한국 스타일이 업데이트되다)라는 제목으로 블랙핑크의 변형된 한복 사진을 실었고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혁신적 디자이너들이 재창조하고 케이팝 스타들이 수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원전 1세기까지 거슬러 오르는 한복의 역사 및 한국 전통요소들을 서양 디자인에 접목한 초기 디자이너들에 대해서도 담았다.
오래되고 낡은, 부정적 인상이 강한 전통이 케이팝 아이돌을 통해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세련된 스타일로 평가되고, 한국의 문화에 세계인들의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인을 상대로 자신의 문화 가치를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며 당당히 무대 위에 올려놓는 케이팝 가수들의 자신감도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