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여권 이재명 독무대…친문의 견제카드는 유시민?
입력 2021.04.14 01:00
수정 2021.04.14 08:20
이재명, 재보선 후 與 대선레이스 독주
정세균·추미애 등 있지만 대항마로 손색
유시민, 인지도·대중성 갖춘 '제3후보' 거론
'친여 스피커' 전멸, 지지층 갈증 커질 듯
4·7 재보선 참패 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 패배로 치명상을 당한 뒤 여권 내 대선 경쟁상대 없는 독주체제가 갖춰졌다는 점에서다. 당권 주자들도 앞다퉈 이 지사를 만나 구애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친문 진영 내 '제3후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희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5월 전당대회가 끝나면 7월 컷오프가 실시되고 9월이면 민주당의 최종 대선 후보가 결정된다"며 "그 사이 새로운 대선주자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설사 일정이 1~2개월 연기된다고 해도 변수가 없기 때문에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범친문 진영에 속해 있는 의원의 말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됐다.
수도권의 또 다른 의원은 "이 지사가 당내 세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당원들은 전략적 투표에 훈련이 매우 잘 돼 있다"며 "대선 후보를 결정할 때 본선 경쟁력을 따질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이 지사를 흔들만한 인물이 현재는 없다"고 단언했다. 당내 세력이 탄탄했던 우상호 의원을 제치고 비주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압도적 차이로 경선에서 승리한 것을 그 예로 들었다.
이 지사 외에 정세균 국무총리, 추미애 전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광재 의원 등도 여권의 대선주자로 물망에 오른다. 하지만 의미 있는 수치의 지지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 보기에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한 마디로 진단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대선주자로 다시 부상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유 이사장의 높은 인지도와 대중성이라면 다른 이들을 제치고 단번에 유력 대선주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지사에 대한 반감이 큰 친문 지지층 입장에서 친노 적자인 유 이사장이 최고의 선택지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선거 직전 유 이사장의 발언까지 뒤늦게 회자되며 지지층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교보문고 유튜브 방송에서 "한결같은 것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구체적인 생각을 안 바꾸고 환갑이 지날 때까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 일관성이 있는 게 아니라 벽창호"라고 했다. 지지층의 눈에서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대선에 출마한 문재인 대통령과 겹쳐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현재까지 유 이사장이 정치에 복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 이사장 주위에서는 "전과 변한 게 없다"는 말이 나온다. 친문 핵심으로 통하는 홍영표 의원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치를 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저는 보고 있다"며 "(유 이사장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만난다. 가장 최근에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보선 참패 후 민주당 안팎에 위기감이 커지면서, 유 이사장을 정치권에 소구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친여 스피커'들의 대중적 영향력이 재보선을 전후로 약해진 상황이어서, 유 이사장을 향한 지지층의 갈증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권의 한 전략통은 "진보 스피커들이 전보다 양적으로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질적으로 발전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이들을 적극 활용했지만, 민심의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임을 체감했다"고 했다. 이어 "지지층들은 지식은 물론이고 정치적 무게감이 있는 유 이사장 같은 인물로부터 재보선 패배의 원인과 앞으로의 대안을 듣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