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인 "중국 정부, 남북관계 큰 역할 감사"


입력 2008.01.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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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각하는 전기적 인물… ´한강의 기적´ 다시 이루길 바란다"

´중국특사´ 박근혜 배석, 당선인 웃음 유도에도 ´어색한 미소´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을 접견하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당선인은 왕 부부장 일행으로부터 빠른 시일 내에 ‘방중(訪中)’해줄 것을 요청받기도 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낮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왕 부부장 일행을 만난 이 당선인은 "(새 정부에서) 한미 관계를 회복하고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한다고 해서 중국과의 관계를 결코 소홀히 한다는 게 아니다"며 "한중 양국은 경제 외에도 다(多)방면에서 협력 관계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당선인은 “왕 부부장이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해서 한국 국민들이 TV를 통해 얼굴을 다 알고 있다. 한국에서 아주 인기가 좋다”고 참석자들의 웃음을 유도한 뒤 “후 주석이 취임 축하 서신을 보내줘 고맙고, 또 중국 정부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남북관계에 큰 역할을 해줘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왕 부부장도 이 당선인에게 “정말 전기적인 인물이다. 각하(이 당선인)의 얘기가 중국에서 아주 인기가 좋고,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는 중국에서도 아주 많은 칭송을 받고 있다”고 인사한 뒤 “국민들을 영도해 아래 한국이 좀 더 발전하고 한반도와 국제무대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하기를 기대한다. ‘한강의 기적’을 다시 이루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후진타오 주석이 자신과 다른 중국 지도자들의 따뜻한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면서 “빨리 베이징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정세 하의 새 출발점에서 양국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해 의논하고 싶다”고 이 당선인이 조속한 중국 방문을 요청했다.

올해 8월 베이징 올림픽과 10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도 꼭 참석해달라는 후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방한의 또 다른 중요 목적은 당선인 등과 함께 중한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꽃피게 하냐는 것이다”면서 “의사소통을 보다 깊이하고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왕 부부장을 특사로 보낸 중국 정부의 특별한 배려에 감사한다”면서 “고맙다.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이 당선인은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을 방문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후 주석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이후 비공개 오찬을 통해 올해 중국에서 발효된 새 노동법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애로점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새 노동법은 10년 이상 고용한 근로자와 2번 이상 고용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대해 종신고용을 강제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임금 부담 가중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이 당선인은 지난 11일 자신의 미·일·중·러 등 4개국 특사단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중국특사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방중 기간 동안 이 문제를 중국 당국과 협의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날 접견장엔 박 전 대표가 이 당선인의 중국 특사단장 자격으로 자리를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가 이날 이 당선인의 왕 부부장 접견에 배석한 것은 이 당선인은 지난 11일 자신의 미·일·중·러 등 4개국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왕 부부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나와줄 것을 부탁한데 따른 것.

박 전 대표는 이날 이 당선인과 왕 부부장 일행에 앞서 접견장에 도착, 의자에 앉아 기다리다 취재진들과 눈 인사를 나눈 뒤 “나만 앉아 있으니 이상하네”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권종락 당선인 외교보좌역 등과 함께 한중 교류 상황 등을 화제로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후 도착한 박진 대통령직인수위 외교·안보·통일분과 간사는 “(중국) 특사로 가게 된 것을 축하한다”면서 악수를 건넸고, 뒤이어 접견장에 들어선 왕이 부부장도 한국 측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특히 박 전 대표에겐 “니하오(你好)”라고 서로 중국어로 인사하기도 했다.

이 당선인도 왕 부부장과 인사한 뒤 박 전 대표에 다가가 반갑게 악수를 나눴으며, 특히 지난번 특사단 면담 당시 당내 공천 논란 등과 관련,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는 대다수 언론 보도 내용을 의식한 듯 “웃어야지. 안 웃으면 또…”라며 두 사람만 따로 취재진의 사진 요청에 응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특별한 언급 없이 여전히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앞서 이 당선인은 이날 오전 가진 신년 회견을 통해 당내 공천 논란과 관련, "앞으로 강재섭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공식적으로 공천 문제를 다루겠지만, 당의 어느 누구도 개인적 이해나 계보의 이해를 떠나서 협력하는 게 좋다"고 언급, 박 전 대표 측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0일 측근 의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한나라당은 절대 ‘밀실정치’ ‘사당화(私黨化)’를 해선 안 된다. 공천에 사심이 개입될 경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하겠다”며 조기 공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대해 불만을 쏟아냈으며, 이에 강 대표는 "당 대표로서 모욕적인 발언이다"고 불쾌감을 나타냈었다.

한편 이날 접견엔 중국 측 특사인 왕 부부장을 비롯해 치우궈홍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 천하이 외교부 한국과장, 그리고 닝푸쿠이 대사 등이 자리했으며, 이 당선인 측에선 박 전 대표와 박진 인수위 간사, 유정복 진영 의원,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 권종락 당선인 보좌역 등이 함께했다.

왕 부부장은 이날 박 전 대표의 중국 특사 방문과 관련, "환영한다"며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가일층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주 대변인이 전했다.

왕 부부장은 이날 당선인에 이어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또한 접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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