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민심르포 ③동남권] '집토끼, 이번엔 한 곳으로 모일까'…강남 민심은
입력 2021.03.22 03:00
수정 2021.03.22 10:39
보수정당에 굳건한 지지 보냈던 '강남 3구'
'野 단일화' 성공시 든든한 지지 기반 평가
고급·재건축 아파트 많아 부동산 정책 민감
"與 심판해야" vs "野, 여전히 무능" 민심 엇갈려
서울 동남권, 특히 '강남 3구'로 일컬어지는 강남구·서초구·송파구는 전통적인 보수정당 강세지역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의 전신 미래통합당이 수도권에서 참패를 당했던 지난해 총선에서도 강남 3구 8개 지역구 중 7개는 통합당의 몫이었을 정도로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여겨져 온 지역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이 지역의 위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그 정점은 바로 2010년 6월 3일 열렸던 지방선거였는데, 개표가 시작된 후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한명숙 당시 민주당 후보에 새벽 4시까지 뒤쳐지다 강남 3구의 투표함이 열리며 몰표를 얻어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기억이 있기도 하다.
당시 한명숙 전 후보가 자정이 넘어갈 무렵까지 우세를 이어가며 TV화면 앞에서 '승리 선언'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짜릿한 0.8%p 차이 역전승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지역이다. 오 후보의 정치 인생도 강남구에서 시작됐는데,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강남구을 지역에 출마해 당선돼 정계에 첫 발을 디딘 바 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이후 송파구는 보수정당에 다소 등을 돌렸지만 강남구와 서초구 만큼은 2014년과 2018년에도 변함 없는 표심을 보여줬다. 2014년 새누리당에서 출마한 정몽준 후보는 서울 지역 25개 구 중 3군데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승리를 거뒀는데, 강남구와 서초구 그리고 용산구였으며 과반을 넘긴 곳은 강남구와 서초구 뿐이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강남구와 서초구의 표심은 야권을 향했다. 야권이 김문수 후보가 출마한 자유한국당과 안철수 후보가 출마한 바른미래당으로 분열돼 선거를 치뤘던 만큼, 박원순 전 시장이 압도적으로 당선됐지만 김문수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득표수를 합쳤을 때 박원순 후보의 득표수를 앞섰던 지역은 역시 강남구와 서초구, 용산구 뿐이었다.
오는 4월 7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며 이르면 23일 단일 후보를 선출하게 돼 이변이 없다면 이들 지역의 표심은 단일 후보를 향해 쏠릴 확률이 높다는 평가다. 야권으로서는 이른바 '집토끼'라 할 수 있는 이들 지역의 표심을 발판 삼아 승리의 교두보를 놓으려 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고급 아파트와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 3구 지역 유권자들은 부동산 이슈에 민감하다. 특히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 잠실동의 잠실주공5단지아파트는 재건축 문제로 전임 박원순 시장과 지속적으로 강한 대립각을 세워온 역사가 있다.
송파구 송파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박병집 국제공인중개사(60대·남)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강한 분노'를 표출하며 이번만큼은 야당 후보가 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은 시장논리에 맡겨야 하는 법인데, 정부가 자꾸 현실을 모르고 간섭만 하고 있다. 국가주도의 부동산 정책을 편 것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나, 가격은 내리지 않고 매매는 실종되고 종부세와 재산세 인상으로 모두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공인중개사를 하다 보니 주변에 집 구하는 서민분들부터 건물을 가지고 있는 건물주분들까지 많은데, 또 더불어민주당 시장이 되선 부동산 정책이 난중에 빠질 것이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또 "이번 서울시장은 야당이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 게 사실 아니겠나"라며 "상가 공실도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자들도 상당히 고통 속에 있는 데, 여당에서 10만원 씩 준다고 하더라. 일반 국민이 무슨 거지인가"라고 비판했다.
송파구 삼전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 사장(50대·남)은 "이 자리에서 세탁소를 운영한 지 30년 됐는데 체감상 IMF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주변 자영업자들도 모두 같은 처지"라며 "피부에 와닿을 만큼 다 죽겠으니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좀 바뀌었으면 한다. 주위에도 다 저같은 마음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 방배동에 거주하며 강남구 일원동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밝힌 30대 회사원 윤 모 씨(남성)는 "주변에 방배동에 산다고 하면 놀라는 지인분들이 많은데, 그저 이 곳에 오래 거주하신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있을 뿐"이라며 "고향도 직장도 강남이라 결혼을 한다면 되도록 가까운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싶은데 엄두도 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만든 이 정권에 분개하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40대 전업주부 이 모씨(여성)는 "정치에 별로 관심은 없지만 이번 선거는 본질적으로 민주당 소속이었던 박원순 전 시장의 성범죄로 인해 열리는 선거로 알고 있다. 후보를 낸 것부터 뻔뻔하고 염치 없다는 생각"이라며 "야당 시장이 나오면 재건축 문제 하나만큼은 시원하게 해결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이지만 민주당에 대한 지지 여론도 분명 있었다. 이 같은 입장을 밝힌 시민들의 대부분은 설령 문재인 정부가 다소 실정을 할지라도 지금의 야당이 '대안세력'으로서 느껴지지 않는다는 데 주안점을 줬다.
서초구 양재동에 산다고 밝힌 30대 신혼부부는 입을 모아 "기존 야당에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오세훈·안철수가 되면 서울시가 지금보다 뭐가 얼마나 바뀐다는 것인지, 별 기대가 안가는 부분"이라며 "차라리 여당 시장이 계속해서 직무를 맡는 게 효율성 측면에서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동시장에서 까페를 운영하는 40대 남성 방 모 씨는 "장사는 어차피 코로나 이전에도,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전에도 어려웠다"며 "경제가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 법인데 오로지 현 정부 탓만 하며 자기들은 잘난 체 하는 야당의 행태에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언급했다.
송파구 거여동에 산다는 20대 대학생 김 모 씨(남성)는 "대학 재학 동안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학자금대출 이자지원 등 여러 혜택을 받았다"며 "여야 시장이 바뀌면 기존에 지원되던 혜택들에 대대적인 변경이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4월 7일에 투표를 할 지 안 할 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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