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실상 정치 시작…문재인 정권이 내몬 결과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3.04 09:00
수정 2021.03.04 08:45

보선과 내년 대선판 흔들 3월이 그의 ‘별의 순간’ 될 것인가?

친문 강경파 검찰 해체 시도 저항 이끌며 정치 행보 뚜벅뚜벅

정권은 윤석열에게 정치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내몰았고, 그는 그래서 사실상 정치를 시작했다.


집권 세력이 그를 축출하려고 한 것은 조국에서부터 출발한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피하려는 게 1차 목적이었겠지만, 이제 알고 보니 정권 재창출을 위해 검찰 폐지 계획을 이미 세워 놓고 그 최대 걸림돌인 그를 제거하고자 한 게 더 큰 목적이었다.


그러나 ‘친문 강경파 루저’들이 주도한 ‘친위 쿠데타’ 검찰 해체 작업은 벌써 패색(敗色)이 짙다. 윤석열 한 사람의 무게가 이렇게 무겁다.


그가 “검찰이 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으니 그 길을 포크레인으로 파 버리려고 한다” “직을 걸어야 한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다”라고 일갈하니 사위(四圍)가 조용하다.


검찰총장 윤석열은 최근 언론 인터뷰와 대구검찰청 방문 자리에서 잇따라 집권 세력의 검찰 직접 수사권 폐지를 위한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검찰에 남겨진 6대 범죄 담당) 설립 추진에 대해 작심 포효(咆哮, 사나운 짐승이 울부짖음)했다.


대한민국에 1945년(미군정) 검찰총장직이 생긴 이래 43명이 그 자리를 지켜 오는 동안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정부의 대(對) 검찰 정책 초강경 대응이다. 또 역대 정권에서 총장의 그런 대응을 일으킬만한 검찰 파괴 입법을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지금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의 대포에 응전하는 소총 소리는 있었다. 대통령 문재인 비서 출신 민주당 의원 민형배가 “임명직 공무원이 국회의 입법을 막으려는 정치인 행세를 한다”라고 삿대질했고, 국무총리 정세균은 “직을 건다는 말은 무책임한 국민 선동이다. 정말 자신의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해야 한다”라고 훈계했다.


또 검찰개혁 타령을 작년 여름부터 귀가 아프게 부르며 윤석열 쫓아내기에 혈안이 됐던 두 전 법무부 장관 조국과 추미애도 “검찰이 ‘법치’(法治)로 포장된 ‘검치’(檢治)를 주장하면 검찰은 멸종된 ‘검치’(劍齒) 호랑이가 될 것”이라는 등으로 자신들이 끝내 못 이긴 숙적(宿敵)에 대한 야유를 퍼부었다.


반면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 반응 없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윤석열의 서슬이 예상보다 훨씬 시퍼런 것이어서 충격이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4월 보선과 7월 윤석열 퇴임 전까지 지연작전으로 가자는 계산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윤석열은 7월까지 기다리지 않고 당장이라도 옷을 벗을 태세다. 수사권을 박탈당한 검사는 검사가 아니며 그 총장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윤석열은 그래서 나가려 하고 있고, 잘못하면, 똑똑한 검사들이 대거 정계로 진출해 함께 투쟁에 나설 수도 있다. 변호사는 언제라도 할 수 있으니 밑져야 본전이다.


문재인 정권이 ‘공수처와 중수청 설립-검찰 해체’ 시나리오 현실화를 쉽게 생각했다면, 일반 국민, 야당과 언론, 특히 검사들을 너무 우습게 보고 아직도 코로나 독재 환각에 취해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윤석열은 국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국민 여론을 가장 걱정했다. 오마이뉴스 의뢰 리얼미터 조사 결과 49.7%가 검찰 직접수사권 폐지 반대, 41.2%는 찬성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오차 범위 안이긴 하지만, 찬성 41.2%는 정권 절대 지지율과 거의 같으므로 무의미하다. 반대 49.7%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에 주목해야 한다.


윤석열은 대구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위 ‘검수완박’은 헌법 정신에 크게 어긋난다. 정치·경제·사회 제반의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 보호 목적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다. 부정부패 단죄는 재판의 준비 과정인 수사와 법정에서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치돼야 가능하다.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힘 있는 자도 원칙대로 처벌해 국민을 보호하는 게 검찰개혁의 방향이어야 한다. 검사가 기소만 하도록 하는 건 검찰을 국가법무공단으로 만드는 것이고 정경유착 시대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다.”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 출신 변호사 신평도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중수청 법안의 핵심은 검찰에서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나라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을 아무리 개돼지로 안들 이런 뻔뻔스러운 짓을 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을 의도해 극한 행위에 나선 것이며 따라서 중수청 설치 음모는 ‘친위 쿠데타’다.”


일반 국민 사이에서 검찰 해체 저의와 폐해에 대한 인식이 퍼지게 되면, 반대 여론이 60%에 육박하는 건 시간문제다. 야당과 언론이 이를 계속 이슈화하고 검사들이 집단으로 반발, 드러눕게 될 때 또 다른 조국 사태가 돼 다수 국민이 반(反) 조국 때처럼 ‘반 검찰 해체’ 쪽으로 쏠리게 될 것이다.


‘친문 루저들의 위험한 장난’은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물거품이 될 공산이 높다. 그 장난은 대부분 검찰 수사를 받았거나 받을, 피고인 또는 피의자 신분인 친문 초재선 강경파(부엉이 4.0 모임과 행동하는의원모임 처럼회) 의원들과 대통령 문재인, 조국, 추미애 등 비(非) 검사 출신 율사(律士)들의 대(對) 검찰 원한, 복수 심리에서 태동한 것이다.


사적 복수심에 의한 공적 추진은 성공할 수 없다. 그들이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세운 공수처의 장(長) 판사 출신 김진욱마저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분리되면 문제점이 많다. 공소 유지가 안되면 무죄가 선고되고 그렇게 되면 반부패 수사 역량이 떨어진다”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았는가?


게임 초반에 이미 그들의 기세가 꺾이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윤석열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그는 대구에서 기자들의 정치 의향 질문에 또다시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해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어쩌면 이미 굳힌)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대답을 했었다.


윤석열은 이번 작심 비판과 국민 여론 전(戰) 개시로 정치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공식 등판 시기만 문제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김종인은 자신이 일찍이 말한 윤석열의 ‘별의 순간’을 3월 즈음으로 봤다.


여야 다수 정치인 역시 그가 그 순간을 잡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정권에 맞서 사표를 던지고 나갈 때 4월 보궐선거 영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그는 선택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문재인 정권은 그들이 주장하는 소위 ‘검찰개혁’(실제로는 검찰 해체) 입법을 속도 조절은 하되 지레 백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국 사태보다 더 큰 진영 대결에 윤석열 대권 도전 변수까지 추가되는 대첩(大捷)이 서초동 언저리에서 벌어질 일만 남았다.


3월은 윤석열의 시간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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