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시대 맞은 대한상의, 규제 파고 넘을까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2.23 12:28
수정 2021.02.23 12:38

추가 규제 저지, 기존 규제 보완입법, 네거티브 법제 전환 등 과제 산적

대-중소기업 상생, 사회적 문제 해결 참여로 반기업 정서 해소 역할 기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되며 국내 최대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게 됐다. 재계에서는 4대그룹 총수들의 맏형이자 경영 최전선에 서있는 최 회장의 상의 회장 등극을 환영하고 있지만, 최 회장으로서는 각종 규제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서울상공회의소는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최태원 회장을 신임 서울상의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는 관례에 따라 최 회장은 내달 24일로 예정된 대한상의 의원총회를 거쳐 대한상의의 새 수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선출 직후 인사말을 통해 “매우 어려운 시기에 서울상의 회장을 맡게 된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서울상의를 이끌어 나가며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야 경영환경 개선은 물론 대한민국의 앞날, 미래세대를 위한 좋은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말대로 전국 73개 지역 상공회의소와 18만 회원사가 소속된 국내 최대 경제단체의 수장으로서 그의 역할은 막중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침체된 경제를 부양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환경 개선을 통해 기업들의 의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경영환경 개선의 최우선 과제는 당장 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규제 개선이지만 현 정권에서는 정부가 앞장서 규제를 개선할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말부터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지배구조를 위협하는 상법, 공정거래법, 노조법 개정안을 잇달아 통과시켰다.


그 과정에서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어긋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법안 통과 저지에 실패했다. 재계 입장을 반영하는 데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제단체들이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 효율적인 저지선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가장 유력한 경제단체이자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대화 파트너로 인정받는 대한상의의 역할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컸다.


최태원 회장은 현직 대기업 총수로서 각종 기업규제 법안의 폐해를 직접 체감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좀 더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개인정보보호법 등 추가적인 규제법안 대응은 물론, 기존 국회를 통과한 각종 규제법안에 대해서도 보완입법을 마련하도록 재계의 힘을 모아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는 역할을 최 회장이 수행해야 한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한 미래 먹거리 발굴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과 스타트업들의 도약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해소 법안 처리를 유도해야 한다.


산업계 숙원인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장기 미처리 법안은 물론, 재계의 의견 수렴을 통한 각종 규제해소 방안을 발굴해 정부와 정치권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할 수 있는 것만 법으로 정해 놓은’ 포지티브 법제를 뜯어고쳐 ‘법으로 금지하는 행위가 아니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법제를 안착시키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는 전임 박용만 회장이 계속해서 주장해 왔으나 결국 마무리 짓지 못한 숙제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맞서기 위한 국내 기업간 협력 체제 구축도 최 회장이 구심점 역할을 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난해 최 회장을 비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친목을 다지는 모임을 가져왔던 만큼 이를 좀 더 확장하고 공식화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인 ‘사회적 가치’를 대한상의 운영에도 반영해 대-중소기업 상생을 이끌고 각종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는 일도 기대되는 일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재계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하기 어려운 시기지만, 경륜과 인품, 경영철학 측면에서 그 역할을 맡을 적임자가 최태원 회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 “산적해 있는 재계 현안들을 원활하게 풀어나가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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