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애플카' 논의 '스톱'…독자노선 걷나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2.08 10:51
수정 2021.02.08 11:00

내년 레벨3 자율주행차 양산…완전자율주행 기술개발 박차

애플 등과 협력 가능성도 열려…'주도권 확보'가 관건

지난 한 달간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현대자동차그룹과 애플간 협력 논의가 일단 중단됐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기존 스케줄대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에 독자적으로 대응할지, 애플과 어떤 식으로든 다시 협력의 물꼬를 틀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8일 각각 공시를 내고 “당사는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대차 또는 기아가 애플이 개발 중인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 이른바 ‘애플카’를 수탁 생산할 것이라는 예상은 일단 틀어졌다.


이 사안은 지난달 초 애플이 현대차와 손잡을 것이라는 소식이 외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애플이 2024년까지 자율주행차 생산을 목표로 여러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협의를 진행하는 와중에 현대차와의 협력이 구체화됐다는 소식이 흘러나온 것이다.


이후에는 기아 조지아공장이 애플카를 생산할 것이라는 예상과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라는 구체적인 투자 액수까지 언급됐다.


애플이 그동안 아이폰 등 모바일 단말기를 폭스콘과 같은 외부 업체에서 위탁 생산해온 사실과 현대차그룹이 최근 선보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다양한 차종에 적용 가능한 확장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양측간 협력 가능성을 높여주는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 소식이 시장에 흘러나온 게 화근이었다. 블룸버그는 지난 5일(현지시간) 애플과 현대차그룹간 협의 중단 소식을 보도했다.


그 원인에 대해 블룸버그는 “수년간 개발 프로젝트와 공급 업체에 대한 정보를 비밀에 부쳐왔던 애플이 전기차 관련 논의 소식이 지속적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화가 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측 간 논의가 언제 재개될지 불분명하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양사 간 논의 중단으로 일단 현대차나 기아 공장에서 애플카를 생산하게 될 가능성은 좀 더 희박해졌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은 기존 계획대로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 대응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손잡는 것은 현대차그룹에게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애플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애플의 우수한 기술력과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구조, 모바일 분야에서 다진 브랜드파워는 미래차 시장에 함께 대응하는 파트너로서 매력적인 조건이다.


하지만 모바일 분야에서 애플의 하청업체인 폭스콘과 같이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분야에서 애플의 하청으로 전락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레벨3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주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완전 자율주행 바로 전 단계다.


2024년에는 운전자의 조작 없이 차량이 자동으로 발렛파킹을 하고 스스로 돌아오는 원격 발렛 기능을 갖춘 양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완전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레벨4, 5 자율주행차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바탕으로 해당 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앱티브(Aptiv)와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이 그 중추적 역할을 한다.


애플을 비롯한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E-GMP의 확장성을 활용한다면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자체 브랜드 뿐 아니라 하드웨어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한 다른 브랜드 자동차를 수탁 생산하는 것도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긍정적인 일이다.


현대차그룹은 사업 범위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및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굳이 완성차를 생산해 공급하지 않더라도 애플 등에 E-GMP 플랫폼만 공급하거나, 스마트카나 커넥티드카 분야의 협력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애플 등 IT 기업과의 관계는 협력을 맺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협력의 틀 안에서 어떤 포지션을 점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독자 생존이 가능하도록 기술력을 갖추고 사업구조를 만들어가면서 협력 관계에 대해서는 주도권 확보 여부 등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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