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냐 민주주의냐…바이든 '선택'에 달린 한국 미래?
입력 2021.01.25 04:00
수정 2021.01.24 17:39
글로벌 거버넌스 회복 꾀하는 바이든
어떤 '가치'로 동맹 규합하느냐 따라
'美中 선택' 압박 강도 달라질 듯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과 손잡고 중국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특성에 따라 한국이 미중갈등 최전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대중 압박전선을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한국 운신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지난 22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2021년 한반도'를 주제로 진행된 공동학술회의에서 미국 정권 교체에 따른 대외정책 변화는 파리기후협약, 국제보건기구(WHO) 등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제기구의) 기능마비를 통해 (중국과의) 양자관계를 추구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기구를) 개혁해 미국 입김을 커지게 하고 미국 담론을 정당화시켜 다른 국가와 함께 연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동학술회의는 통일연구원·국가안보전략연구원·국립외교원 등 국책 연구기관 3곳이 공동 주최했다.
김 원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외적 관여를 예고한 △기후 △보건 △인권 △민주주의 △사이버 △무역 △노동 △북한 등의 분야는 "소위 말하는 글로벌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가운데 '기후'를 빼놓고는 모두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예민하지 않은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통해서 글로벌 거버넌스를 회복하려 할지, 중국을 독재국가로 규정하는 '민주국가 연대'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거버넌스를 확보하려 들지에 따라 완전히 판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외정책에 있어 중국과 협력 가능성 있는 기후변화·코로나19 대응 등을 우선시하느냐, 아니면 중국 배제 성격을 띠는 민주주의·인권 등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배제하는 민주주의 등을 강조해 '진영 구도'가 갖춰지고 △인권 △홍콩 △대만 등의 이슈까지 더해지면 "우리(한국)가 더더욱 미중사이에서 선택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차르' 캠벨, 군사·경제 견제 강조
"반중전선 아닌 이슈별 대응시 韓 부담 줄 듯"
현시점에서 미국이 어떤 가치에 방점을 두고 대중압박 전선을 꾸려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총괄할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의 최근 기고문을 통해 큰 틀의 접근 방식을 짐작해볼 수 있다는 평가다.
캠벨 조정관은 바이든 행정부 합류에 앞서 '미국은 어떻게 아시아 질서를 강화할 수 있나(How America Can Shore Up Asian Order)'라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지난 12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실었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캠벨 조정관이 동맹연대라는 다자주의적 접근을 통해 '대중 견제'와 '미국의 정당성 재회복' 추진 의지를 밝혔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특히 "'민주주의 10개국(D10)'을 거론하며 한국을 콕 집어 거론한 점이 인상 깊었다"며 "군사적 견제가 아니고 무역·공급망·기술표준 등의 분야에서 중국의 위법적 행동 견제해나가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캠벨 조정관이 "쿼드(Quad)를 확대해 억지력을 강화하겠다고 얘기했다"며 "한국이 미중 간 선택을 강요받는 부분들이 생길 가능성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본·호주·인도와의 4자 협력체인 '쿼드'에 한국·베트남·뉴질랜드 등을 포함시키는 '쿼드 플러스'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합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군사 분야를 중심으로 대중 압박 전선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만 김준형 원장은 "(캠벨)기고문을 보면 모든 이슈에 대해 각국(동맹국)의 헌신(commitment)을 요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있다"며 "EU(유럽연합)도 기술·인권은 얼마든지 연대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중전선을 꾸리는 것이 아니라 이슈별 대응에 나서면 우리에겐 부담이 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경제·군사·기후·보건 등 분야별 연합체를 다각적으로 꾸려 중국 압박에 나설 경우 한국에 대한 직접적 압박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