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직원 6명 중 1명은 비정규직…빛바랜 일자리 훈장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1.01.25 06:00
수정 2021.01.22 11:23

은행들 중 계약직 비율 최고…벌써부터 내홍 조짐

직원 늘었다며 표창 내린 정부…고용의 질은 뒷전

카카오뱅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6명 중 1명 가까이는 비정규직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계약직 비율은 국내 은행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근무 구조를 둘러싸고 이미 불거지기 시작한 내홍은 앞으로 카카오뱅크의 조직 관리에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런 속사정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직원 수를 많이 늘렸다는 이유만으로 카카오뱅크에 일자리 표창을 안겨준 정부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에 비정규직 형태로 근무 중인 직원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 868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 대상 은행들의 전체 일반 직원 11만8614명 중 7.3%에 해당하는 숫자다.


은행별로 보면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카카오뱅크로, 직원 844명 가운데 비정규직만 16.5%(139명)에 달했다. 은행 전체 평균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어 NH농협은행(16.2%)과 케이뱅크(12.4%), 전북은행(11.6%)의 비정규직 비율이 두 자릿수 대를 기록하며 높은 편이었다.


카카오뱅크의 비정규직 현황에 남다른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아직 문을 연지 3년여 밖에 안 된 신생 은행이자 인터넷전문은행이란 특수성 때문이다. 전에 없던 새로운 조직을 꾸리다 보니 외부 영입 인재에 대한 의존이 클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출범 초기에는 계약직이 많을 것이란 관측이었다. 그러나 영업 4년째를 맞은 지난해에도 카카오뱅크의 비정규직 직원은 별다른 축소 없이 현재의 숫자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를 크게 구별하고 있는 기존 금융사들과 달리 둘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정규직에게도 정규직과 같은 복리후생과 취업규칙을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비정규직의 근무 방식을 두고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정규직 전환 평가에서 탈락한 카카오뱅크 비정규직 직원이 청와대 청원을 통해 이른바 쪼개기 계약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관련 직원은 카카오뱅크가 계약직 직원을 계속 새로 뽑는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대체하고 있으며, 계약직 중 절반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채 해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카카오뱅크 측은 정규직 전환 관련 시험을 본 공정한 평가 결과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 정규직 전환은 두 차례의 평가를 거쳐 내부 채용 규정에 적합하다고 판단돼야 하는 만큼, 그 비율이 낮을 수 있다는 반박이다.


이렇게 소란스러운 비정규직과 달리 카카오뱅크의 정규직 일자리는 최근 금융권에서 새로운 신의 직장으로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특히 2017년 3월 카카오뱅크로 파견을 온 KB국민은행 직원 11명과 카드사 직원 2명, 데이터시스템 인력 2명 등 총 15명이 원래 금융사로의 복귀를 거절하면서 이 같은 관심은 더욱 커진 모양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런 카카오뱅크의 조직 구조에 대해 전에 없던 새로운 양극화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은행 등 파견 인력이 그대로 카카오뱅크에 남기로 한 배경으로 수평적인 기업 문화 등이 언급되지만, 실제로는 직원에게 우선 배정하는 우리사주 제도에 대한 기대감이 실질적 이유란 지적이다. 더욱이 카카오뱅크가 주식시장 상장을 공식화하면서 스톡옵션으로 주식을 받은 직원들은 벌써부터 금융권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반면 이런 기회를 얻지 못한 다른 이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와중 카카오뱅크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며 정부가 내린 표창도 또 하나의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달 카카오뱅크에게 2020년도 대한민국 일자리 유공표창을 수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도 지난해에만 직원이 129명 증가하는 등 금융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판단이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일자리 만들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엔 아직 한계가 분명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른 금융사처럼 신규 채용을 진행하지 않고 여전히 경력직 모집만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사례는 진정한 일자리 창출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금융권 일자리 확대에 유의미한 영향을 줬다고 평가하기에는 절대적인 숫자나 고용의 질 측면에서 모두 부족한 면이 있다"며 "카카오뱅크가 금융혁신 아이콘으로 여겨지면서 정부 정책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뒷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 일자리 유공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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