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대선 4·7 재보선①] 야권 전략은
입력 2021.01.04 07:00
수정 2021.01.04 05:19
野에 긍정적 요소 많지만…낙관은 절대 금물 평가
범야권 후보 대거 출사표…매끄러운 단일화 필수
방역·경제·부동산 문제에 방점 두고 대안 제시해야
'민주당 단체장 성추행'에 혈세 낭비 책임론 부각도
소위 '미니 대선'이라 평가받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2021년 정초부터 정치권에 선거 열기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 사태로 인해 국민 혈세를 약 800억 원씩 들여 열리게 된 선거인 만큼, 야권은 두 곳 모두에서 승리를 가져와 궁극적 목표인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의 정권교체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4월 7일로 예정된 재·보궐선거에가 치러질 선거구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 2곳과 기초단체장 2곳, 광역의원 5곳, 기초의원 6곳 등 총 15개 지역이다. 관심은 무엇보다 수도 서울시장과 '제2의 도시' 부산시장 선거에 쏠린다. 이 두 곳에서의 여야 승리 여부가 내년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결과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덕분이다.
기본적으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의혹에 이은 극단적 선택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여직원 성추행 인정에 이은 사퇴라는 배경이 존재하고 있어 민심의 향방이 야권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기류가 강하지만, 절대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범야권의 다양한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타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끄러운 단일화 과정은 필수이거니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민생 경제 문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정에 따른 대안책 마련에 집중해 철저한 준비에 나서야 승리를 점쳐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출마가 예상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및 나경원 전 의원과 이미 출마를 선언한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이종구·이혜훈 전 의원, 김선동 전 사무총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에 더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까지 가세한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선 '후보 단일화'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과거의 전례에 비춰볼 때 단일화 과정에서 자칫 생겨날 수 있는 후보 간의 충돌이 선거판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공정한 경선룰 마련을 통해 건설적인 경쟁을 담보할 수 있다면 흥행을 통한 지지율 제고라는 시너지를 생성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존재한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보선 승리의 관건은 야권통합이다"며 "보수, 중도에 반문진보까지 통합하고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으로, 인물도 중요하지만 승패의 핵심은 범야권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보단일화를 못해 마땅히 심판받아야 할 문 정권의 후보가 당선되고 4년 동안의 약정에 대해 면죄부를 주게 된다면, 우리 모두에게 천추의 한이 될 것"이라며 "누구든 범야권 후보단일화에 역행해 문재인 정권에 어부지리를 안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역사의 죄인, 대한민국의 반역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영 내 단일화 여부와 별개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야권이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야 할 부분은 바로 방역과 민생 문제라는 분석이다.
정부여당의 백신 늑장 확보와 일관성이 결여된 방역 대책 및 부동산 실정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새해 첫날부터 서울 종로구 창신동을 찾아 박원순 전 시장의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서울시민에 민감한 부동산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 또한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와 동의 여부를 밝혀야 한다"며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조차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50점 이상 주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서울은 현재 집값, 전세, 그리고 월세 모두 폭등해 점점 살기 척박해지고 있는데, 정부여당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공동으로 책임질지 밝혀라"고 공세를 가했다.
이에 더해 보궐선거가 열리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의 책임론도 지속적으로 부각시킬 전망이다. 최근까지도 민주당은 남인순·고민정·진선미 등 소속 여성 의원들이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해야 한다 주장했던 메신저 내용이 언론에 공개돼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배 대변인은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서울, 부산 보궐선거는 민주당의 성비위로 혈세 838억원을 들여 치러지는 선거"라며 "민주당은 약속을 뒤집고 국민에게 선택받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뻔뻔하게 후보를 내려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민주당 후보는 현재 공식적으로 쓰고 있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유지해야 하는지 밝혀야 한다"며 "아직도 그러한 표현을 쓰다니 그 무신경과 뻔뻔함에 할 말을 잃는다. 국민을 뭘로 보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5일 열리는 공천관리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본격적으로 경선 룰과 전략에 대한 고심에 돌입할 예정이다. '제1야당'으로서 국민의힘이 사실상 야권 선거 전략 수립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만큼,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연말연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인 민심을 확인한 만큼, 무엇보다 정공법이 중요할 것"이라며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경선룰과 정책 대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