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백서 완벽하게 제압한 조국흑서팀 다음 행보는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0.12.26 11:00
수정 2020.12.26 07:35

민주당 측 스피커 여론몰이 맞서 고군분투

조국백서 출간하자 조국흑서로 조목조목 반박

윤미향 사태 거치며 어용시민단체 민낯 고발

진보지식인들의 정부비판 마중물 역할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20일 국민미래포럼 초정으로 서울 여의도 협동조합 하우스(How's)에서 '탈진실의 시대'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불법투자 혐의를 받고 있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결국 유죄가 선고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부정을 들추고 정권과 검찰개혁의 민낯을 폭로한 이른바 조국흑서팀의 주장이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에 의해 이들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향후 행보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중심에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입장표명을 주저했던 정의당을 탈당하고 동양대에 사직서를 제출한 그는 SNS활동과 기고를 통해 정부여당 및 조 전 장관 측과 각을 세워왔다. 진보지식인들의 조롱과 멸시, 압박 속에서도 진 전 교수는 "내가 봤고, 알고 있다"며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했음을 꾸준히 주장했다.


특히 586운동권이 장악한 문재인 정부를 '인민민주주의'로 규정하며, 자유민주주의나 진보의 가치와는 다른 정부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팟캐스트를 진행할 정도로 진보진영에서 이름값이 높았던 진 전 교수의 펜 끝은 누구보다 날카로웠다. 다수의 진보진영 지식인들이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권경애 변호사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때 진 전 교수가 있어서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었다.


대표적인 업적이 조국흑서(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발간한 일이다. 조 전 장관 측 인사들이 조국백서(검찰개혁과 촛불시민) 출판을 통해 여론몰이에 나서자, 같은 방식으로 맞대응 한 것. 조국흑서는 최근 판매량 10만부를 넘겼으며, 책 속의 주장들이 법원 판결에서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나면서 더욱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진 전 교수는 "조국흑서팀 권경애 변호사와 김경율 회계사에게 지난 2월 들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판결"이라며 "다만 형량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세게 나왔다. 피고와 변호인단의 법정에서 불량한 태도가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었다.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는 특기를 살려 조 전 장관의 사모펀드 투자의 부적절성을 설파하는 한편, 윤미향 사태 때도 시민단체의 도덕불감증을 지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진보인사들이 "열악한 시민단체 환경상 회계가 부실할 수 밖에 없다"고 윤 의원을 옹호하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 것도 김 회계사다. 진보 시민단체 소속 회계사 출신인 그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 것은 당연했다.


뿐만 아니라 김 회계사는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길원옥 할머니 지원금 유용의혹 등을 추적하고 문제제기했으며,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본질의 파악해 국민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참여연대를 나온 그는 경제민주주의21을 발족하고 시민단체 본분인 정부 견제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와 권경애 변호사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서 교수는 전공을 살려 정부의 백신확보 정책에 쓴 소리를 내고 있고, 권 변호사는 법조인 시각에서 고위공직자비위수사처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25일에는 경제민주주의21 출범 1주년을 맞아 정 교수 유죄 판결문을 분석하는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권 변호사는 사모펀드 의혹 관련 정 교수의 코링크PE 10억원 지급의 성격을 '대여'가 아닌 '투자'라고 판단했었는데, 이렇게 될 경우 정 교수는 횡령 혐의를 벗게 되지만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은 공직자 재산 허위신고 혐의를 받게 되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정 교수의 횡령혐의 '무죄'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환호하고 있지만, 결국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한 판결이라는 얘기다.


정 교수에 대한 1심 유죄판결로 이들의 활동은 1막을 마쳤다. 진 전 교수는 "이로써 내 싸움은 끝났다"며 잠정적으로 SNS활동을 접은 상태다. 하지만 180석을 장악한 민주당의 세력은 여전히 막강하고 "법조카르텔을 깨겠다"며 반격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활동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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