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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흑서' 흥행성공의 세 가지 의미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0.08.28 00:05 수정 2020.08.28 05:11

인터넷 서점 베스트 오르는 등 흥행돌풍

"문재인 정권 폭정에 대한 공감대 확인"

진보인사들 이탈, 정부정책 실패 방증

'숭고'했던 모금문화의 민낯도 고발

이른바 조국흑서로 통하는 책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이른바 조국흑서로 통하는 책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이른바 '조국흑서'로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초판이 완판되는 등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출판사인 천년의상상 측은 긴급 증쇄에 들어갔다고 밝히는 등 예상치 못한 판매고에 당황한 분위기다. 27일 기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인터넷 교보문고 일간 종합 1위, 예스24 주간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비롯해 서민 단국대 교수,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 강양구 TBS 과학전문 기자 등 진보인사 5명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모펀드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586정치엘리트의 무너진 정의를 꼬집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국백서라 불리는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에 대항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조국흑서'로 불린다.


'조국흑서' 흥행의 가장 큰 의미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실망감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공감대가 크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데 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과 정권 핵심 인사들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반면, 반대자들에 대해서는 공격성을 보이는 강성 지지층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이기고 했다.


대담에 참여한 서 교수는 2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조국흑서의 시작은 역시 조국백서였다"며 "조국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며 검찰과 언론을 탓하는 조국백서가 나온다는 말을 들은 진중권 전 교수가 흑서를 쓰겠다고 선언했고 운좋게 막차를 탔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분들이 책을 산 건 그만큼 문재인 정권의 폭정이 심하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라면서 문 대통령과 추미애 장관, 조 전 장관을 흥행이유로 꼽았다.


대담자 전부가 큰 틀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정책을 옹호했던 진보인사들이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이는 조 전 장관이 중심에 있는 검찰개혁을 비롯해 경제개혁 등 정책이 초기 의도에서 변질됐거나 혹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조국흑서 성공의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함께했던 진보인사 다수의 추가 이탈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신평 변호사는 "이 정부에 대해 사법개혁에 관한 한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까지 한다"며 비판대열에 합류했었다. 문 대통령 강성지지층인 이른바 '문빠'들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부적격자"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밖에 참여연대나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진보단체들도 정부의 검찰개혁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강양구 기자는 "맹신자 그룹은 계속해서 정부가 잘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 청와대나 정부 안에서 정책 오류로 궁지에 몰린 그룹은 이런 맹신자에 기대서 현상 유지에 안도한다"며 "반면에 청와대나 정부 안팎에서 정책변경을 이야기하는 그룹은 안팎의 반대자에게 몰려 목소리가 작아진다"고 꼬집었다.


'숭고'한 것으로 여겨졌던 진보진영 모금문화의 민낯를 고발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500만원의 출판비용을 공개함으로써 3억원을 모금한 조국백서팀의 용처공개를 촉구한 것. 이는 조국수호집회를 주도했던 개국본의 기부금 보이스피싱 사건,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의 불투명한 기부금 회계, 수사를 피해 해외로 출국한 윤지오 사건을 다시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출간됐다는 건 책을 만드는 데 굳이 3억원이라는 큰 돈은 필요없다는 사실의 완벽한 증명"이라며 "거액을 펀딩해 책을 만드는 형식은 목적이 출간 자체가 아니라 수익사업에 있을 때 취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25일에도 조국백서 제작팀을 향해 "3억원의 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완전 사기"라고 했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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