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징계위는 왜 윤석열에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나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입력 2020.12.17 00:01
수정 2020.12.16 23:57

尹 손발 묶은 2개월 동안 '공수처' 출범 준비?

집행정지신청, 처분 취소 소송도 대비한 듯

'교묘하게 실속 챙긴 교활한 꼼수' 지적 나와

하태경 "권력비리 은폐작전 착착 진행 중"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 결정을 내린데 대해 16일 정치권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징계위였다는 의심의 시각을 거두지 않았다.


징계위가 새벽 4시까지 최종 징계 수위를 두고 논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 징계 결과는 이미 결정돼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2개월'로 결정된 것을 두고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야권은 윤 총장이 징계위에 회부된 뒤부터 줄곧 '라임 사태, 울산시장 선거개입, 월성 원전 수사' 등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 수사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고 성토해왔다. 여권이 사력을 다해 윤 총장을 찍어내려는 이유 역시 그가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에 바짝 고삐를 쥐면서부터이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공석으로 권력비리 수사가 멈춘 사이 공수처를 출범시키면, 권력형 비리 관련 사건을 모두 공수처에 넘기고 결국 수사는 무마가 된다는 시나리오다. 여당은 때맞춰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켜둔 상태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총장 징계가 정직 2개월인 이유는 권력비리 덮는 공수처 출범시키는데 필요한 시간"이라고 썼다. 그는 "윤석열 숙청과 공수처 출범, 권력비리 은폐작전이 착착 진행 중이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하 의원은 "징계위는 기획 문재인 대통령, 타짜 추미애 장관 주연의 짜고치는 고스톱판에 불과했다"며 "공수처만 범하면 권력비리 수사 사건들 뺏어와서 윤 총장 흔들기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무너뜨리고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만행"이라며 "윤 총장이 죄가 있다면 대통령 지시를 받들어 살아 있는 권력에도 성역 없이 수사한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징계위가 앞으로 진행될 집행정치 신청과 징계위 처분 취소 소송을 고려해 '2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을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총장은 징계위의 결정에 대해 불법·부당한 조치라며 징계위 처분 집행정지 신청, 처분 취소 소송 등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비례성의 원칙이 적용되는 행정법상, 행정 처분의 중할수록 집행정지 가능성 및 취소 소송 인용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이러한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해임 대신 '정직 2개월'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는 설명이다.


법원은 앞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내린 직무 배제 명령에 대해 윤 총장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서는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법원은 지난 1일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처분에 대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는 윤 총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렸다.


만약 징계위가 윤 총장에 대해 해임을 결정했다가, 법원이 "해임을 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가 없다"며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가는 엄청난 역풍을 맞게 될 위험이 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는 이에 대해 "2개월 정직은 교묘하게 실속을 챙긴 교활한 꼼수"라며 " 윤 총장이 제기하는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나 징계 취소소송에서 문재인 정권이 유리할 수 있다. 정직 2개월은 법원이 '돌이킬 수 없는 손해'라고 판단하기 애매하고 본안 소송 진행 중에 업무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소속 장진영 변호사도 "쫄보들의 합창"이라며 "검찰총장이 법관 사찰, 수사, 감찰 방해, 정치 개입을 했다면서 달랑 정직 2개월로 검찰총장 자리를 지켜줬다. 이런 직무유기가 어디 있고 이런 특혜 징계가 어딨나"라고 비꼬았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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