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생존’ 기로인데…“음저협-문체부, 저작권료 막무가내 징수 추진”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입력 2020.12.09 16:26
수정 2020.12.09 16:29

해외 사업자 넷플릭스 동일 기준 적용 근거 없어…‘이중징수’도 문제

미래 먹거리 ‘미디어’…“연못 말려 고기 잡는 ‘갈택이어’ 우 범해서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계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음악 저작권료 징수 요율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음저협과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내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해외 사업자 기준으로 징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OTT 사업자의 음악저작권 적정요율 토론회’는 문체부가 연내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확정하기 이전, 적정 요율에 대한 근거를 따져보고 OTT사업자와 음저협 간 합의점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안 골자는 OTT에 대한 음악 사용료 징수규정과 징수율을 도입하는 것이다. 음저협은 예능·드라마·영화 등 전송에 매출의 2.5%를 음악 사용료 징수율로 제시한다. 반면 OTT업계는 매출의 0.625%를 징수율로 제시하고 있다.


2.5%는 음저협이 넷플릭스와 맺은 징수율이다. 0.625%는 기존에 있던 지상파 방송사의 방송물 서비스 재전송 규정에 따른 징수율이다. 국내 OTT는 대부분 다시보기 등 재전송 서비스를 위주로 하고 있어 이 징수율이 타당하다고 제시했으나 양측은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주무부처와 음악 저작권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지닌 음저협이 관련 사안에 대한 논쟁조차 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플랫폼이 성장하는 단계에 접어들어야 저작권자나 창작자에게도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2.5% vs 0.625%’…음저협 기준 적용 시 투자 위축·사용료 증가 우려


OTT업계가 문제 삼는 핵심은 세금, 콘텐츠 제작 환경 등이 전혀 다른 해외사업자 기준을 국내 사업자 징수율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느냐다.


음저협은 같은 OTT 서비스임에도 국내에서만 사용료가 낮게 책정되면 음악 가치가 줄어들고, 국제통상적 불균형을 불러올 수 있으니 넷플릭스만큼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따져보면 해외에서는 OTT 음악 저작권 사용료를 산출할 때 영상물 VOD 서비스를 기준으로 두는 경우가 있으며, 국가마다 산정 방식도 모두 다르다. 따라서 해외보다는 기존 국내 방송·전송 기준에 따라 사용료를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OTT업계는 설명한다.


이미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 지불된 음원 사용료를 OTT 사업자가 또 한 번 내게 되는 ‘이중징수’ 문제도 제기된다. 김경숙 상명대 지적재산권학과 교수는 “영상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저작물로 이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음악에 대한 권리는 콘텐츠 제작자에게 귀속되거나, 창작자와 제작자간의 계약을 통해 양도 혹은 포괄적 이용을 허락하고 있다. 기성곡은 창작자 의사에 따라 추후 사용까지 허락하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문제는 음저협이 신탁약관을 이유로 음악 창작자와 콘텐츠 제작자 간의 계약을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한 국내 OTT가 드라마를 제작할 때 배경음악에 대한 계약을 음악 창작자와 직접 체결해도, 음저협에 또 한 번 음원 사용료를 내야 하는 꼴이 된다. 반면 넷플릭스는 콘텐츠 투자 시 음원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하고, 음원사용료의 70~90%를 음저협으로부터 돌려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음저협 주장대로 요율이 설정되면 콘텐츠 제작 시장에서는 가격 요소가 늘어나 제작 투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고, 풍선효과로 미디어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결국 콘텐츠 이용료 증가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생긴다는 의미다.


◆정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정책’과 대치…“일관성 없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정책’과도 대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산업정책과 팀장은 “국내 OTT는 자본 열위에도 상당한 성장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며 “음저협이 주장하는 저작권료 수준은 매우 과도하며 국내 OTT업계 투자와 혁신 노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또 정부 정책 일관성과 신뢰성 측면서 소관부처(문체부)가 진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국내 OTT 업계 상황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기존 유사서비스와 형평성을 종합 고려해 합리적 요율을 결정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OTT 산업은 한류 콘텐츠와 결합해 미래 먹거리로 큰 가능성 있다”며 “연못을 말려서 고기를 잡는다는 뜻인 ‘갈택이어’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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